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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첫날 '옥에 티'…장내 안내서비스 필요하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7-02 18:50





'도대체 무슨 일이래?'

VAR(비디오판독시스템)제도가 처음 도입된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은 다소 황당한 경험을 했다.

울산-수원의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1-1로 팽팽하던 후반 17분 이종호의 그림같은 헤딩골이 나왔다. 곧이어 주심의 '손가락 사각형' 나왔다. 역사적인 K리그 1호 VAR 선언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판독하느라 5분 가량이 흘렀고 그라운드의 선수와 관중석 팬들은 영문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렸다. 결국 주심은 이종호의 골이 무효임을 선언하며 경기를 속개시켰다.

'영상판독중'이란 안내문이 선명하던 전광판의 스코어도 2-1에서 1-1로 울산의 득점 수만 줄어들었을 뿐이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은 어리둥절했다. 이종호의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은 맞는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골이 취소됐는지 자세히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중계를 본 일부 팬들이 뒤늦게 궁금증을 풀었을 정도다.

헷갈린 것은 케이블TV 중계를 한 축구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해설진은 경기가 중단된 뒤 한동안 "리플레이를 봐도 이종호의 오프사이드는 아닌 것 같은데"라며 원인을 찾지 못했다. 판독이 끝난 뒤 골 상황 직전 울산 선수의 백태클 파울 판정이 누락됐다는 게 VAR로 확인됐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정확한 해설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현장에 있던 관중은 전후사정을 알 수가 없었다. 장내 안내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축구계 혁명이라는 VAR이 K리그에 도입된 첫 날 발견된 '옥에 티'였다.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K리그에서 시작된 VAR은 이전 20세이하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입증됐듯이 위력과 긍정 요인은 대단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방침 때문에 현장 팬 서비스에서는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축구 규칙 의결 기구인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VAR 제도 운영과 관련, 판독 결과를 경기장 내에서 안내할 때 제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정확한 보도·해설을 위해 미디어에만 판독 결과를 통보한다. 관중은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VAR 판독이 무엇때문인지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멘트도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관중은 이른바 '깜깜이 관전'을 해야 했다.

물론 경기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중계를 보면 늦게나마 사정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축구팬 강모씨(43)는 "인터넷 중계를 틀어놓을거면 입장료 내고 경기장에 뭣하러 가겠느냐"라며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어찌보면 진성 축구팬인데 이들을 위한 안내 서비스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는 국내 다른 프로종목 농구, 배구 등의 경우 관중 대상 안내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가 'VAR 신입생' 입장이어서 IFAB의 국제 기준을 따르기 위해 장내 안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도 VAR에 접근하면 징계를 받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에 대해 연맹은 "이번 주말 경기가 끝나는 대로 FIFA에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질의 회신 결과에 따라 로컬룰을 적용해서라도 현장 관중에게 안내하는 서비스를 보완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울산 사례처럼 판독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오점도 발견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테스트 기간 동안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던 기계상 오류였다. 전송 영상이 끊기는 현상이 반복돼 지체됐을 뿐 판독은 30초 만에 이뤄졌다. 연맹은 이에 대해서도 오류 원인 분석팀을 가동하고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을 다시 하기로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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