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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의 위력은 막강했다. 도입 첫 날부터 K리그에서 오류를 정확하게 잡아냈다. 처음이라 판독에 다소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잘못을 바로 잡았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김승준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헤딩골로 연결한 이종호가 골 세리머니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김희곤 주심은 무선 마이크로 대기심과 연락을 주고 받은 뒤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는 네모를 그렸다. VAR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이종호가 볼멘소리를 했으나 김 주심은 곧바로 대기심에게 달려가 VAR 요원들과 분석에 돌입했다. 전광판에는 '비디오 판독중'이라는 문구가 떴다. 어색한 장면에 웅성이는 관중과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의 모습이 교차했다. 이종호 뒤에서 수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오르샤의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독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TV 생중계 화면에선 김승준의 크로스 상황이나 오르샤의 돌파 모두 문제가 없어 보였다.
VAR이 잡아낸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수원 공격을 막아내고 득점으로 연결되는 역습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울산 한승규의 태클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한 것이었다. 한승규는 백태클로 수원 김종우의 공격을 저지했고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으나 파울로 인정할 만한 장면이었다. 상당 시간이 흘렀고, 김 주심은 한승규의 태클이 파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종호의 득점을 취소했다. 최근 U-20 월드컵과 컨페더레이션스컵 등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서 맹위를 떨쳤던 VAR이 K리그 클래식에서 첫 위력을 발휘한 장면이었다. 이종호와 울산 선수단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골은 지워졌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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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웨슬리는 이날 광주와의 홈경기, 1-0으로 앞선 후반 42분 프리킥 상황에서 백 헤딩 추가골을 넣었다. 그러나 VAR 결과, 웨슬리의 오프사이드가 확인됐고 골 무효 처리됐다. 비디오판독 영상에서 웨슬리가 광주 수비수 보다 먼저 들어가는 모습이 분명히 드러났다. 인천은 1대0 승리했다. 인천 이기형 감독은 경기 후 "웨슬리의 골은 오프사이드가 맞다. 정확한 판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종호도 "정확한 판정이 나오는 걸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VAR 도입을 앞당겼다. 3대의 VAR 장비 차량을 마련했고 차량 1대당 2억원이 들었다. 장비는 총 6세트. VAR 심판은 K리그 주심 23명, 은퇴심판 3명(이상용, 우상일, 이기영)으로 구성했다. R리그 테스트 결과 32경기에서 VAR상황은 16회 발생했고 평균 판독 시간은 20초, 1분 30초가 가장 오래 걸린 것이다.
모든 판정 상황을 다 분석할 수는 없다. 4가지 판정 상황 골 페널티킥/노페널티킥 판정 레드카드(두번째 옐로카드 상황은 제외) 징계조치 오류(mistaken identity) 명백한 오심에 대해서만 개입한다.
VAR을 진행할 경우, 주심은 귀에 손을 갖다대는 제스처(Finger to Ear Sign)로 VAR과 커뮤니케이션 중임을 알려야한다. 전광판에는 'VAR' 사인이 뜨고, 주심은 독립된 공간에서 영상을 리플레이한다. 이때 심판을 제외한 구단 관계자, 선수, 코칭스태프는 대기석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VAR 판독 결과에 따라 판정을 번복할 경우 주심은 독립된 공간에 나와서 큰 모션으로 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는 'TV시그널'을 하도록 규정했다. 해당 선수와 벤치에도 판정 번복 사실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VAR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주심, 부심, VAR 등 심판들이다. 주심이 오프사이드나 애매한 골 상황에서 먼저 VAR에게 권고할 수 있고, 부심이 주심에게 오프사이드 체크를 권고할 수 있다. 또 규정된 4가지 프로토콜 상황에서 VAR이 주심이 정확하게 실수한 부분을 발견할 경우, VAR이 판독이 필요하다고 권고할 수 있다. 선수나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는 VAR을 요구할 수 없다. 이들이 VAR를 요구할 경우, 반스포츠적인 행위로 인식정돼 선수는 경고 처분, 코칭스태프 관계자는 퇴장 조치 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