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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기만 하면 뭐하겠습니까. 연구도 많이 했어요."(이재성)
이재성은 이날 울산전에서 후반 15분 올시즌 처음으로 출전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훈련하던 중 정강이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하는 바람에 개점휴업했다. 혹시 덧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느라 2개월 넘게 허비했다. 부상 여파도 그렇지만 공백 기간으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졌을 것이란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몸으로 보여줬다.
이재성은 울산전에서 30분 정도 뛰었지만 플레이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축구에서 생명인 다리가 아팠던 터라 더욱 놀라웠다. 상대 선수 2∼3명을 순식간에 흔드는 과감한 돌파 솜씨는 물론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문전 킬패스로 '역시! 이재성'이란 찬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이재성이 투입되고나서 경기 내용이 달라졌다"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칭찬은 괜한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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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재활과정. 이재성은 자신에게 더욱 채찍을 가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보통 재활 선수는 의무 트레이너가 짜준 대로 오전-오후 재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이 스케줄에는 다친 부위가 안전하게 호전되도록 하는 치료-재활과 함께 근육이 죽지 않도록 수준별 훈련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재성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쓰지 않는 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근력 운동 등을 찾아서 했다고 한다. "하루에 몇 시간동안 개인운동을 했는지 측정해 볼 겨를도 없이 아침이고 밤이고 필드 훈련 부족량을 채우기 위해 땀을 흘렸다. 무리할까봐 말릴 정도였다"는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리하기로 소문난 이재성. 빨리 복귀하자는 마음만 앞선 나머지 무리하지는 않았다. 세상에 이런 낙천주의자가 없을 정도로 쉬는 날에는 칼같이 자신의 몸을 아꼈다. 이재성은 "재활하는 동안 정말 푹 쉬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넋놓고 쉰 것도 아니다. "내가 언젠가 복귀한다면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도 많이 했다"는 것. '멍때리기' 휴식이 아니라 복귀하면 어떻게 팀에 보탬이 될지 개인 플레이-전술이해 연구를 했다.
소속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빴던 그에게는 축구 공부를 다시 정리하는 황금시간이었다.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각종 경기 영상을 보며 '축구일지' 역시 손에 놓지 않았다. 이재성이 2015년 3월 이정협(부산)에 이어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을 때 화제가 됐던 축구일지다. 이재성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개인 노트를 마련해 훈련 평가, 개선점 등을 일기처럼 써내려왔다.
소속팀 선배 김보경과 절친해서 훈련을 마치고 온 김보경과 수다를 떨며 훈련 내용에 대해 '귀동냥'을 한 것을 가지고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활용했다는 게 구단의 증언이다. 복귀전에서 팀플레이에 쉽게 녹아든 비결이기도 하다.
이재성은 "나 한 명이 없다고 해서 팀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서 다시 불러준다면 전처럼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겸손했지만 부상 복귀를 위해 소리없이 '준비된' 한국축구 미래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