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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묘했죠."
검붉은 유니폼을 입은 동료들의 슈팅을 막아낸 신화용(수원)의 소감이었다. 신화용은 프로 데뷔 후 가장 어색한 하루를 보냈다. 13년간 몸담았던 '친정'과 대결에 나섰다.
포항을 떠나는 순간, 맞대결이라는 운명은 피할 수 없었다. 신화용은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9라운드에서 선발로 나섰다. 경기 전 최순호 포항 감독은 "화용이를 만났다. 연승을 해서인지 얼굴이 좀 핀 것 같다"고 웃은 뒤 오랫동안 우리 팀에 있던 선수라 그런지 좀 더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신화용은 포항팬들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경기 시작 전 페널티에어리어 근처까지 달려가 포항의 원정팬들에게 90도로 인사했다. 다른 색깔 유니폼을 입었지만 팬들은 여전히 신화용을 응원했다. 그가 좋은 모습을 보일때면 힘껏 이름을 외쳤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그의 손에는 선물 꾸러미가 있었다. 신화용은 "포항에서 온 어린 팬이 주신거다. 내가 롤모델이라고 하더라"며 "같이 뛰던 선수들을 상대하니까 묘하고 어색했다. 그래도 포항팬들이 먼저 이름을 불러주시더라. 감사하고 미안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후 신화용은 오랫동안 자신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지금은 포항의 주전으로 자리잡은 강현무를 찾아가 안아줬다. 그는 "참 좋아하는 동생이었다. 지금 상황이 대견하기만 하다"며 "산토스의 의도치 않은 슈팅이 골이 됐다. 사실 그런 슛이 가장 막기 어렵다. 그래서 '절대 네 잘못이 아니다. 나도 못막았을꺼다. 꿋꿋하게 이겨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경기는 후반 33분 터진 산토스의 결승골을 잘 지킨 수원의 1대0 승리로 끝이 났다. 수원은 3연승에 성공했다. 포항의 공격이 거세지는 않았지만, 신화용은 든든히 골문을 지켜냈다. 특별한 감정 속에 경기를 치렀지만 승부욕은 잃지 않았다. 신화용은 "이제 팀을 옮긴만큼 당연히 이겨야 하고, 이기고 싶었다. 연승으로 이어져서 기쁘다"고 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