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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3의 전성기' 최순호 감독, 달라진 포항의 2가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4-11 18:43



"최순호?"

7개월 전이었다. 포항은 K리그 최고 명문에 걸맞지 않게 강등권에서 헤매고 있었다. 최진철 감독이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구단이 택한 소방수는 '왕년의 스타' 최순호 감독(55)이었다. 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12년 전에도 수비축구를 하던 옛날 감독이 잘하겠어?' 포항을 잔류시켰지만 최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설상가상이었다. 겨우내 문창진 신화용 김원일 등이 떠났다. 대신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의 이름값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선수들이 내 축구에 익숙해지고 있다.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에 나도 '업'되고 있다." 하지만 개막 전 포항을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강등후보의 냉혹한 현주소였다.

개막 후 1달이 지났다. 포항은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제주, 전북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내용도 좋다. 5경기에서 벌써 10골을 넣었다. 수비축구라는 비판이 무색한 수치다. 포항스틸러스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두번의 홈 경기에 평균 1만4000여명의 관중이 찾았다. 선수들도, 팬들도 모두 지난 시즌의 아픔을 씻었다.

'최순호 효과'였다. 최 감독에 대한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팬들은 최 감독식 축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최 감독의 지도력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감독 일색의 K리그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 감독은 "내가 원래부터 추구하던 축구를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분명 있다. 최 감독과의 인터뷰 속에서 두가지 비밀을 찾아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최 감독의 철학은 확고했다. 쉽고, 효율적인 축구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선수들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 였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무장해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훈련 방법이었다. 최 감독은 "과거와 비교하면 훈련 방법이 달라졌다. 적절한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여러축구를 본 것이 도움이 됐다. 그는 "협회 일을 하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K3리그, 내셔널리그, 여자축구, A대표팀, 연령별 대표팀 등 다양한 경기를 봤다. 거기서 우리 나라 선수들의 공통된 문제점이 있더라. 이를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한국선수들의 문제 중 하나가 골을 넣으면 수비적인 자세로 내려선다. 지시가 없어도 그렇게 한다. 어릴때부터 쌓인 안좋은 습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다. 포지션적으로 선수들의 위치를 확실히 잡아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를 훈련 방법에 적용했다"고 했다.


이어 방법론을 찾았다. 답은 교감이었다. 최 감독은 "최대한 심플하면서도 짧게 훈련을 했다. 무턱대고 하는 훈련은 효과가 없다. 얼마나 이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면 고치려는 태도가 좋아진다. 결국 교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물론 안하던 것을 하면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과거에는 교감 보다는 운동장에서 시간을 활용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운동장에 들어가기 전 교감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인 그림을 그리니 큰 틀이 보였다. 최 감독은 "3개월 안에 팀의 색깔을 바꾸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못하면 평가가 좋을 수 없다. 첫번째 시작이 균형이었다. 균형이 잡혀야 이 팀이 이런 특성을 가졌구나 하는 것이 보인다. 이어 다른 부분을 보완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니 명확해지더라"고 했다.


교감의 시작은 '아버지 리더십'

최 감독은 K리그 클래식 감독 중 최강희 전북 감독에 이어 두번째로 나이가 많다. 사실 팬들이 최 감독을 반대했던 이유 중에 하나도 나이였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에서 문제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처음부터 이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는 부임하며 "내가 최근까지 했던 것이 유소년 업무다. 서울과 협회에서 꾸준히 유, 청소년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감수성을 배웠다. 포항의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최 감독의 첫째가 '포항의 베테랑 에이스' 양동현(31)과 동갑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먼저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최 감독이 다가간 선수들이 인상적이었다. 최 감독은 "나이가 들다보니까 잘하는 선수 보다는 부족한 선수들에 관심이 가더라. 과거에는 주전급 위주로 챙겼다. 하지만 부족한 선수들은 자격지심 때문에 존재감, 자존감을 잊어버린다. 이런 것을 끌어올려주는게 지도자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성장과정에 있는 선수들과 훈련, 경기에 못뛴 선수들에 대한 위로 등에 쏟고 있다"고 웃었다. 이제는 제법 친해졌다. 선수들이 먼저 최 감독의 선수시절, 옛날 한국 축구 등에 대해서 물어본다. 아버지를 대하듯 말이다. 따뜻한 '아버지 리더십'이었다.

1시간이 넘는 통화 끝에 내린 결론, 최 감독은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승리 보다는 아름다운 축구를 꿈꿨다. "내가 선수로,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기본적으로 좋은 축구를 하려고 했다, 이기기 위한 축구를 하지 않았다, 전술과 전략의 개념을 나눠보면 승부에 집착하면 전략에, 좋은 경기하려면 전술에 몰두하게 된다. 나는 전략적으로 수를 쓰는 스타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다.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고 실제로 자신이 있다." 조금씩 그 결실이 나오고 있다. "이제 내 축구인생도 마무리 단계다. 내가 축구를 하면서 얻은게 많은데 받은만큼 주고 가야 한다. 그래서 다시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게 '축구의 고향' 포항이어서 만족한다." 최 감독의 '제3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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