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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말대로 한국 축구는 '비상 사태'다.
협회 기술위원회는 3일 오랜 경기력 부진으로 거취 논란에 휩싸였던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논란은 쉬이 가시지 않겠지만 결론은 났다. 재신임을 한 이상 적어도 오는 6월 카타르 원정 때까지는 감독 교체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하는 대표팀 변화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줄 수밖에 없다. 협회의 독립기구인 기술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기술위도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구조적 모순부터 깨야 한다. 현재 12명으로 구성된 기술위원들의 면면을 문제삼자는 건 아니다. 무색무취 전술과 예측 가능한 전략으로 비난받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기술적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 기술위에는 초등학교 감독부터 대학 감독, 협회 교육 강사, 재활센터 원장 등 발언권이 제한된 인물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기술위원들의 역할도 비정상적이다. 일각에선 "현장에서 물러난 지도자들이 모이는 곳이 기술위냐"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기술위원직을 담당했던 A씨는 "사실 기술위원일 때 별로 일한 적이 없다. 몇 차례 회의가 전부였다"고 증언했다. 기술위 회의는 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구조였다. B씨는 "이미 큰 그림은 그려진 상황에서 진행된 회의가 많았다. 기술위원들의 생각은 그저 동의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위의 단편적인 상황만 봐도 기술위는 여전히 발전적인 조직이라 보기는 어렵다. 위원장에게 집중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기술위원회에서 각급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책임론 때문이다. 대부분 협회장이 직접 감독을 선임해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함께 협회 수뇌부들이 함께 책임을 진다. 그러나 협회는 기술위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떠넘긴 모양새다.
조직 구성도 모래알이다. 단 한 명이 빠지면 와르르 무너질 듯한 모양새다. 시리아전 이후 이 위원장의 사표 반려<스포츠조선 4월 3일 단독 보도>도 이같은 구조적 특징과 맥을 같이 한다.
기술위를 견제할 협회 내 조직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회장 직속인 이사회에서 총괄하지만 기술위는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명목 하에 협회 내에서 그 누구도 선뜻 조언을 하기 힘든 구조다.
협회는 기이하게 형성된 기술위의 구조적 딜레마부터 풀고 한국 축구의 부활을 논해야 할 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