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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왼쪽)과 슈틸리케 감독 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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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는 옛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또 다른 변신을 시도했던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63)의 디테일은 허상에 불과했다.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원정 6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한국 40위, 중국 86위)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번 중국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변화를 노래했다. 그 동안 A대표팀에서 가동해왔던 유럽식 지도법을 내려놓고 한국식 교습법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기본 포메이션만 정해주고 세밀한 움직임과 조직력은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맡기는 방식에서 지역마다 세밀한 전술과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돌아섰다. 대표팀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깜짝 놀랄 만한 전술을 준비 중이다. 중국전에서 그 전술을 가동할 것"이라고 귀띔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는 '디테일'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이번 중국전 결과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을 위해선 중국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반환점을 돈 최종예선에서 또 다시 첫 단추를 잘 끼우면 향후 일정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준비과정은 허상이었다. '쇼'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베스트 11 선정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중국과 맞붙기 위해선 중원 사수가 일차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압박이 답이었다. 그러나 압박은 없었다. 공격수와 수비수들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볼 점유율에서 뒤진 중국 선수들이 여유롭게 공을 컨트롤하는 시간을 내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명진과 기성용을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웠다. 그러나 고명진은 수비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특히 이도저도 아닌 전술에 중원 사수의 목표는 이미 사라졌다. 기성용과 고명진의 애매한 역할 분담이었다. 한 명이 올라가면 한 명이 뒤를 받쳐주는 형식이었는데 두 명 모두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지 않았다. 결국 공격 시 숫자 싸움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사령탑의 지략 대결에서 완패했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첫 A매치를 치른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의 꾀에 제대로 당했다. 리피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전략을 이미 간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또 다시 슈티리케 감독의 색깔 없는 축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좋은 성적을 거둘 때 잠잠하던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법이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11일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4차전이었다. 당시 졸전 끝에 0대1로 패하자 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무색무취 전술을 비난했다.
중국전을 패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 기회는 남았다. 남은 경기에서 많은 변화를 통해 러시아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하는 변화, 또 다른 허상이 아닐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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