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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우려를 한 방에 날린 화끈한 승리였다.
울산 현대가 무너지던 K리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울산은 2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6대0으로 대승했다. 전후반 각각 3골씩을 몰아치면서 안방을 지배했다. "승리하기 위해 울산에 왔다"고 호언장담 했던 존 알로이시 브리즈번 감독은 90분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 볼 뿐이었다.
변화는 적중했다. 김인성은 빠른 발을 앞세워 브리즈번 수비라인을 휘저었다. 전반 10분과 후반 23분 멀티골을 터뜨리면서 결정력도 증명했다. 부상 중인 김성환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코바도 돋보였다. 그동안 따라붙은 이기적인 외국인 선수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로 헌신적인 플레이로 울산의 대승에 일조했다. '캡틴의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시너지를 노렸던 김 감독의 묘수였다. 이영재는 후반 23분 김인성의 골을 도우면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들 외에도 센터백으로 발을 맞춘 정승현, 리차드와 아시아쿼터 페트라토스도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오르샤의 존재감은 지난 가시마전보다 더 빛났다. 전반 13분, 전반 34분 멀티골로 임무를 100% 완수했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 K리그 외국인 선수 최대어로 지목된 이유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다소 늦게 팀에 합류했음에도 완벽하게 김 감독의 전술에 적응하면서 기대감을 더 높였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브리즈번전 대승의 가장 큰 힘을 '신뢰'로 꼽았다. 그는 "지난 가시마전에서 패한 뒤에도 선수단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김 감독이 '더 잘해보자'고 선수들을 격려했던 게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 역시 브리즈번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90분 내내 집중력을 발휘했다. 가시마전 이후 힘들었을 텐데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했다"며 "선발, 교체 선수 뿐만 아니라 함께 훈련한 나머지 선수들까지 모두 고맙게 생각한다. 올 시즌 잘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대승의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맹호(猛虎)가 드디어 기지개를 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