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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권창훈이 13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슛팅을 시도한 후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자 아쉬워하고 있다./2016.8.13/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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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0시간이 넘는 대장정이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러나 피곤함은 기대감을 이기지 못했다.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18명의 태극전사들은 금빛 미래를 꿈꾸며 희망 속에 결전지에 입성했다. 출발은 좋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며 환호를 질렀다. 그러나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다. 8강에서 '복병' 온두라스에 0대1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믿고싶지 않은 잔인한 현실.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젊은 태극전사들은 망연자실했다. 두 뺨 위로 흘러 내리는 굵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잔치는 아쉽게 끝났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문창진(포항) 권창훈(수원) 김동준(성남) 등 리우올림픽 멤버 몇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6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K리그 한 시즌을 마감하는 축제의 장이었지만, 리우올림픽 멤버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여전했다.
문창진은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경기에 나가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다"며 "소속팀 성적도 좋지 않았다. 힘든 한해였다"고 말했다. 문창진은 올 시즌 리그 23경기에 나서 3골-4도움에 그쳤다. 전통의 명가 포항은 12승10무16패(승점 46점)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그룹B로 떨어졌다.
김동준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다사다난했다"며 "올림픽 때 오른쪽 어깨와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소속팀에서도 실점이 많았다. 내 점수는 40점"이라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김동준은 올림픽 이후 주춤했다. 결국 팀은 승점 43점(11승10무17패)을 쌓는데 그치며 11위에 랭크, 내년 시즌 클래식 잔류를 위해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태극전사에게는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 역시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2016년의 아쉬움을 발판 삼아 내년 시즌 도약을 꿈꾼다.
권창훈은 "올해는 많이 아쉽다. 내년 시즌에 더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몸을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몸 상태는 70~80%"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문창진도 "올해의 아픔을 발판 삼아서 내년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플레이어상을 놓친 김동준 역시 "소속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여유도 갖고, 나만의 기술을 더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며 밝은 미래를 노래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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