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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꿰찼다.
기성용의 선제골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이후 연거푸 2실점을 하며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무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김신욱 카드를 꺼냈다. 김신욱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석현준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판이 달라졌다. 김신욱은 후반 11분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공중볼을 따내며 지동원의 동점골에 기여했다. 이 외에도 김신욱은 안정적인 볼 키핑으로 한국 공격에 숨통을 틔웠다. 템포를 살리는 빠른 연계와 2선 공격수를 활용한 원투패스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제 이란과의 4차전을 앞두고 있다. A대표팀은 11일 오후 11시 45분(이하 한국시각)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격돌한다. 8일 진행된 첫 현지 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김신욱 활용 복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핵심은 연계였다. 이날 3명이 한 조를 이뤄 발을 맞췄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짧게 주고 받은 후 크로스와 롱볼을 김신욱에게 연결했다. 김신욱은 공을 잡아둔 뒤 석현준과 호흡을 맞춰 슈팅을 시도했다. 김신욱은 "카타르전에서는 공중볼 경합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했는데 오늘은 연계, 크로스, 롱볼 등 다양한 루트로 석현준과 발을 맞췄다"고 했다.
사실 김신욱은 K리그 최고 공격수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던 선수다. 하지만 한 끗이 부족했다.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그래서 그간 대표팀과의 궁합도 그리 좋지 않았다.
김신욱은 지난 K리그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울산에서 전북으로 둥지를 옮겼다. 시련을 겪었다.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기초군사훈련으로 컨디션 조절에 난항을 겪었다. 부상 악재까지 덮쳤다. 여기에 이동국이 시즌 초반 득점포를 가동하며 녹슬지 않는 기량을 뽐냈다. 더욱이 올 여름 에두까지 합류하며 김신욱의 입지가 좁아졌다.
김신욱의 2016년은 그렇게 지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반전이 시작됐다. 전북에 녹아들었다. 변화의 중심에 '연계'가 있었다. 공중볼에만 능하다는 평가는 과거의 일이 됐다. 김신욱은 수비수와 경합을 벌이면서 정확하고 빠른 땅볼 연계로 전북 공격의 스피드를 한층 끌어올렸다. 동시에 기존 강점이던 고공 플레이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김신욱이 펄펄 날자 슈틸리케 감독도 그를 주목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카타르전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란 격파 선봉으로 나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김신욱이다.
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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