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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가 불안하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골을 먹으면 더 많은 골을 넣어 이기면 된다는 논리는 한국 축구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좋은 예도 있다. 올해 1월 일본과의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겸 치러진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에서 먼저 2골을 넣고도 3골을 허용해 패했다.
하지만 이 기록들은 약체들을 상대한 결과의 산물이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충돌할 팀은 분명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의 팀들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최종예선에 돌입하기 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 6월 스페인에 1대6으로 대패한 유럽 원정을 통해 지난 환희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최종예선에선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했다. 특히 월드컵 2차 예선과 평가전을 통해 선발된 50명의 A대표팀 후보 명단 중에서 네 명의 주전 수비수를 확정하고 실전에서 운용해야 했다.
"수비는 매 경기 중요하다"던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공격 축구를 한다. 석현준 손흥민 지동원 구자철에 기성용까지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가 5명 정도 포진한다. 때문에 밀집수비하는 팀에 역습을 줄 순 있지만 우리 스타일을 유지한 채 수비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상황에서 실점이 발생하는 건 조직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클럽 팀과 달리 하루, 이틀밖에 호흡을 맞추지 못하는 대표팀 수비수들에게 잦은 변화는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흔들리고 있는 수비 밸런스는 역대 한국축구의 무덤이었던 이란 원정을 넘을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홍정호 대체자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민혁(사간도스)이 발탁됐지만 유럽 선수 못지 않은 피지컬과 기술을 갖춘 이란 선수들의 공격력을 막아내기에는 다소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결국 그의 역할은 훈련 파트너로밖에 볼 수 없다. 지난 시리아전에서 발탁 선수 부족에 따른 경기력 저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슈틸리케 감독이 질타를 피하기 위해 대표팀 머릿수만 맞춘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슈틸리케 감독, 고집보다는 생각의 전환과 유연함이 필요한 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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