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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기다리니 춤을 추네요."
수원 삼성이 '다크호스' 상주 상무를 꺾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원은 20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상주와의 원정경기서 조나탄의 복귀 첫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신승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상주의 야망은 거침없었다. 4위지만 2위 FC서울과 승점 2점 차밖에 되지 않아 1위 도전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 18라운드서 서울에 설욕(2대1 승)했으니 이번엔 수원과의 복수전만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수원 서 감독의 '신뢰-기다림'의 리더십을 넘지 못했다. 서 감독은 경기 전 "믿는다"며 골키퍼 양형모와 외국인 공격수 조나탄을 지목했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제대로 화답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뛰던 조나탄은 K리그 챌린지 득점왕에 올랐다. 수원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맞아 조나탄을 영입했을 때 팀은 물론 주변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 20라운드 성남전(1대2 패)까지 3경기에서 득점왕의 위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성남전에서 드러난 조나탄의 경기력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서 감독은 이날 상주전에도 조나탄을 선발 원톱으로 내세웠다. "골이 터질 때가 됐는 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 조급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너무 서두르지 말라. 나는 너의 능력을 믿는다'고 조언해줬다"고 했다. 조나탄의 화답은 금세 나왔다. 초반부터 매섭게 몰아붙인 수원의 공세에 상주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스로인 패스를 받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뚫은 산토스가 문전으로 밀어준 것을 조나탄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 왼구석을 정확히 적중시켰다. 수원 데뷔 4경기 만의 강렬한 복귀 신고식이었다. 때이른 기선제압에 성공한 수원은 전반 내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양형모 '역적에서 다시 영웅으로'
지난 17일 성남전은 양형모에게 악몽이었다. 전반 33분 성남 김 현이 센터서클 못미친 67.4m 지점에서 기습적으로 장거리 슈팅을 날렸는데 양형모가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바람에 실점하고 말았다. 이전까지 경기를 지배하던 수원은 허탈했고, 이는 결국 패배의 빌미가 됐다. 4일 전 FA컵 8강 성남전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승리를 이끈 양형모의 위상도 한순간에 추락했다. 서 감독은 양형모를 상주전에 다시 선발로 올렸다. 서 감독은 성남전을 복기하며 가슴을 치면서도 "큰 실수했다고 바로 빼 버리면 어린 선수가 더 기가 죽는다. 나는 한 번 신뢰를 주면 끝까지 간다"고 말했다. 양형모는 맹활약 정도가 아니라 펄펄 날았다. 양형모가 이날 선보인 슈퍼세이브성 플레이는 무려 7개나 됐다. 전반 30분 박기동의 노마크 헤딩슛을 가까스로 잡은 그는 전반 추가시간 1분 신진호와 1대1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양형모의 슈퍼세이브는 상주가 거센 반격에 나선 후반에 더욱 빛났다. 후반 9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신진호의 슈팅을 넘어지며 다리로 막았고 4분 뒤 골문 왼쪽 윗구석으로 정확하게 날아든 신진호의 중거리슛도 그림같은 다이빙 펀칭으로 무력화시켰다. 신진호를 연이어 울린 양형모는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오규의 총알같은 헤딩슛까지 빠른 순발력으로 막아냈다. 양형모의 신들린 선방에 상주 홈팬들은 결국 탄식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상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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