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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패할 때가 됐지."
"서울이 초반부터 너무 무섭게 상승했기 때문에 한 번쯤 제동걸릴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오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패할 때가 됐다'는 화두는 자연스럽게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수원-전북전으로 옮아갔다.
전북은 유일하게 8경기 모두 무패(4승4무)였고, 수원은 7경기 연속 무패(1승6무)중이었다.
이에 서 감독은 "그 질문이야말로 내가 전북쪽에 하고 싶었던 말이다"라며 응수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수원전에서 승리하면 선두 서울을 턱밑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전북, 지긋지긋한 무승부 행진에서 탈출하고픈 수원. 양 팀은 그야말로 상대에게 '패할 때가 됐음'을 일깨우기 위해 초반부터 강하게 부딪혔다.
결과는 전북의 3대2 승리. 수원으로서는 한탄스러운 패배였다. 전반 1-0 리드하던 중 40분 신세계의 경고누적 퇴장이 운명을 갈랐다. 수적으로 우위를 점한 전북은 후반 들어 위축된 수원을 거세게 몰아치더니 역전에 성공했다.
시작은 수원이 좋았다. 지난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체력비축을 위해 아껴뒀던 '염권산(염기훈-권창훈-산토스)' 트리오가 예상대로 중심축이 됐다.
이들은 '휴식조' 값어치를 톡톡히 했다. 후방까지 내려와 상대의 이재성 김보경 중앙 라인을 봉쇄하면서도 특유의 공격력까지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특히 산토스와 권창훈이 종횡무진 누비는 통에 전북은 주도권을 찾아오기 힘들었다. 이날 전담 키커로 나선 권창훈의 킥력이 전북을 자꾸 위협하는가 싶더니 전반 15분 그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시작됐다. 오른쪽 코너킥에서 권창훈의 킥이 매섭게 뻗어갔다. 전북 수비수 임종은의 머리를 스치고 떨어진 공은 구자룡의 오른발에 정확하게 걸렸다.
하지만 우세 정국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북이 전반 30분부터 맞불의 기세를 올리며 명승부 열기가 고조될 즈음 애매한 판정이 나왔다. 40분 수원 수비수 신세계가 스로인을 하려고 주춤주춤하는 사이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경고까지 나왔다. 신세계의 경고 2장 퇴장. 서정원 감독 등 수원 벤치는 물론 관중의 항의가 들끓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최강팀 전북은 수적으로 열세에 놓인 틈을 그냥 놔주지 않았다. 전북에도 든든한 '휴식조' 김보경-로페즈가 있었다. 김보경은 후반 2분 만에 예리한 오른 측면 돌파 후 크로스로 한교원의 동점골을 배달했다.
최 감독은 로페즈를 빼는 대신 루이스를 투입하며 고삐를 더욱 죄었다. 적중했다. 루이스는 10분 김보경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수원 골문 오른쪽 윗구석을 갈랐다.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골이었다.
수원은 이전과 다른 투지를 앞세워 만회골을 위해 되받아치기에 나섰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북 골키퍼 권순태의 슈퍼세이브때문이다. 21분 김건희의 강력한 슈팅을 쳐낸 권순태는 계속 이어진 수원 공격에서 고승범의 연속 2차례 슈팅까지 막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어 24분에는 염기훈의 측면 크로스를 받은 권창훈이 마음먹고 지른 왼발 슈팅까지 막아내며 수원 팬들을 울렸다.
전북은 경기 종료 2분 전 상대의 패스미스를 낚아챈 이동국의 쐐기골까지 더하며 '패할 때가 아님'을 확고하게 입증했고 수원은 추가시간에 터진 염기훈의 만회골이 더 아쉬웠다.
전북은 승점 19점으로 서울과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서울 18득점, 전북 16득점)에서 밀려 2위가 됐고, 수원은 승점 9(1승6무2패), 9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