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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보약 먹은 유럽파, 슈틸리케 기대 부응할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6-03-31 18:36


한국과 레바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가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청용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안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24/

레바논-태국과의 2연전에서 얻은 교훈은 명확했다. '뛰어야 산다.'

A매치 보약을 먹은 유럽파들이 다시 소속 구단으로 복귀했다.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김진수(호펜하임) 박주호(도르트문트)는 A매치를 통해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번 A대표팀 합류는 사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발탁 제 1 원칙으로 삼았다. 철저히 이 공식을 따랐다. 하지만 모처럼 여유있는 A매치, 슈틸리케 감독은 뛰지 못한 유럽파를 위한 선택을 했다. "사실 이번 명단에 들어서는 안된다. A대표팀이 6전승으로 최종예선을 확정지은 상태고 지난해 선수들이 A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부상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항상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이번 기회만큼은 이 선수들을 다시 부를 여력이 됐다. 지난해 보여준 좋은 모습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 불렀다."

이청용을 제외하면 기대 이하의 활약이었다. 교체 명단이라도 포함되는 이청용과 달리 김진수 박주호는 벤치에 앉기도 힘든 상황이다. 확실히 소속팀에서 뛰지 못한 영향이 컸다. 날카로움과 정교함을 모두 잃었다. 쉬운 플레이에서도 실수가 반복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전에 끝나고 김진수의 경기력에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유럽파들의 부진에 슈틸리케호의 경기력도 저하됐다. 24일(이하 한국시각) 레바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과 27일 태국과의 평가전(이상 1대0 승) 모두 무실점으로 승리하며 한국축구 사상 첫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대기록을 썼지만 내용면에서는 혹평을 받았다.

이제 이들은 다시 소속팀에서 냉혹한 주전경쟁을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소집 때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과 모두 면담을 했다. 각자 상황이 달랐고, 개인적이든 팀적이든 이유가 있더라. 제3자 입장에서 조언하기가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김진수 박주호 이청용은 본인들도 최근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출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고 했다. 선수들은 A대표팀에 갔다 돌아오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기분전환은 확실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준 A매치의 기운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청용은 2일(이하 한국시각) 웨스트햄 원정길에 나선다. 최근 크리스탈팰리스는 13경기 무승(4무9패)의 수렁에 빠졌다. 특히 앨런 파듀 감독이 고수하는 2선 공격진를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청용에게 기회가 갈 수도 있다. 김진수는 4일 쾰른전을, 박주호는 3일 브레멘전을 치른다. 모두 홈경기다. 반전의 카드는 많지 않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경우 국가대표급이 즐비한만큼 주중 A매치의 여파를 넘기 위해 토마스 투헬 감독이 박주호 카드를 꺼낼수도 있다. 부상 예방차원에서 태국전을 치르지 않은 구자철을 비롯해 홍정호 지동원, 아우크스부르크 삼총사는 2일 마인츠와 맞붙는다. 구자철은 레바논전에서 왼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고 교체아웃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태국전에 뛰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구자철을 바로 소속팀으로 돌려보냈다. 구자철은 결단을 내린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부상이 크지 않아 마인츠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A매치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와일드카드 문제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손흥민(토트넘)도 2주간 휴식이라는 보약을 먹었다. 그는 3일 리버풀과 원정경기에 나선다. 토트넘 주축 선수들이 모두 잉글랜드 대표팀에 나선만큼 손흥민의 선발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손흥민은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좋은 인연이 있다. 손흥민은 클롭 감독이 이끌었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4골을 넣었다. 지금 리버풀의 축구 역시 극단적인 압박을 가하는 도르트문트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뒷공간 침투를 즐겨하는 손흥민 스타일에 딱 맞는다.

과연 이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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