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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1970년생 '개띠 감독'들의 올시즌 다섯번째 맞대결, 마지막 경기에선 노상래 전남 감독이 웃었다.
이날 전남은 1.5군을 내세웠다. 특급 외국인선수 스테보. 오르샤가 나섰지만, 시즌 막판 가용한 인원이 17명에 불과했다. 이종호 김영욱 안용우 등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삼총사가 4주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현영민 정석민 등 베테랑들은 경고 누적으로, 부상 재활중인 임종은 안수현 등도 나서지못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마지막 경기, 내년 시즌은 겨냥한 모험적인 스쿼드를 냈다. 김병지-김민식에 이어 제3골키퍼인 한유성이 수문장 장갑을 꼈다. 올시즌 데뷔전이었다. 미드필더 오영준도 첫 선발로 나섰다. 중원에서 김평래와 발을 맞췄다. 부산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이지민과 전현철 오르샤 스테보가 공격라인에 포진했다. 포백라인에는 홍진기 김동철 방대종 최효진이 늘어섰다.
인천은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케빈과 부상으로 인해 은퇴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천수를 제외하고는 베스트 라인업을 유지했다. 김인성이 코뼈 부상을 딛고 출전을 강행했다. 전남과의 FA컵 준결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신인 윤상호와 박세직, 이효균이 공격라인에 포진했다. 박대한 이윤표 요니치 권완규가 포백라인에 늘어섰다. 노 감독이 "인천이 마지막 경기에도 풀 멤버를 가동했다. 친구인 김도훈 감독이 안봐준다"며 농담했다. 김 감독은 "케빈이 없지 않느냐, 케빈이 없으면 풀 멤버가 아니다"라며 응수했다.
전반 42분 전현철이 단독쇄도하며 반대쪽 오르샤에게 롱크로스를 건넸으나 오르샤의 슈팅이 유현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후반44분 이지민의 왼발 슈팅이 골망을 흔들기직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하프타임 이천수의 은퇴식 후 인천 서포터스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효균, 김인성 등 인천이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선제골은 전남에서 나왔다. 직전 부산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이지민의 몸놀림이 가벼웠다. 후반 7분 이지민이 문전에서 권완규를 따돌린 후 날카로운 왼발 킬패스를 최효진에게 연결했다. '베테랑' 최효진이 침착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1분 인천의 프리킥 후 역습 찬스에서 전현철이 단독쇄도하며 직접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실점 직후 김도훈 인천 감독은 '전남 킬러' 진성욱을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다. 후반 14분 전현철-오르샤의 날선 역습이 또 한번 무산됐다. 후반 16분 김원식의 중거리포가 크로스바를 넘겼다. 후반 22분 스테보의 오른발 발리슛을 골키퍼 유현이 막아섰다. 노 감독은 후반 33분 '공수 겸용' 이슬찬을 투입하며 승리를 지킬 뜻을 분명히 했다. 후반 36분 김인성의 날카로운 헤더를 한유성이 막아냈다.
결국 마지막 다섯번째 맞대결에선 전남이 웃었다. 그러나 이들의 전쟁은 내년에도 쭉 계속된다. 승패를 떠나 한시즌 내내 K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 동갑내기 초보감독들의 열정과 분투, 훈훈한 우정과 양보없는 승부는아름다웠다. 인천의 늑대축구도, 소리없이 강한 전남 축구도 K리그 클래식에 또 하나의 스토리와 진한 감동을 남겼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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