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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감독 GK 유현때문에 또 울뻔했다...무슨 일이?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0-15 18:25


인천 골키퍼 유 현이 전남의 공격을 펀칭으로 막아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또 울어야 하나요?"

김도훈 인천은 감독은 14일 전남과의 FA컵 준결승을 승리(2대0)로 이끈 뒤 골키퍼 유 현(31)을 언급하다가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일 K리그 클래식 그룹A, B의 운명이 걸린 성남전에서 0대1로 석패한 뒤 사나이의 눈물을 쏟아냈던 김 감독이다.

당시 김 감독의 오열하게 만든 이는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조수혁이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조수혁이 경기에 패한 뒤 너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갑자기 오열했다.

이번에는 연장 접전 짜릿한 승리였기에 진짜 울 일은 없었다. 다시 떠올리면 눈물이 날 만큼 처절했던 유 현의 투혼이 고마웠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가 모두 골키퍼다. 유 현은 왜 김 감독의 마음을 또 뭉클하게 만들었을까.

14일 전남전에서 유 현은 숨은 일등공신이었다. 여러차례 슈퍼 세이브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후반 5분 몸을 던진 방어였다. 전남 김영욱이 필드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올렸고, 쇄도하던 스테보가 오른발을 정확하게 갖다대는 순간 유 현이 몸을 던지며 왼발로 걷어냈다. 이 방어가 아니었다면 연장 승부도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맹활약한 유 현이 출전하기까지 눈물겨운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조 캡틴의 포스가 물씬 묻어나는 투혼이었다.

유 현은 지난 12일 팀 훈련을 하던 중 허리 부상을 했다. 너무 아파서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다행히 중상은 아니고 근육이 심하게 뭉친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삐끗한 바람에 고통은 물론 허리를 제대로 굽히기도 힘들었다. 인천으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하반기 들어 주전 유 현과 출전을 분담하던 조수혁은 4일 성남전에서 무릎 인대를 다치는 중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다. 새내기 이태희가 있지만 FA컵 준결승같은 큰 경기에 경험많은 유 현 외에 대안이 없었다.

부상과의 외로운 싸움은 경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13일 팀 훈련을 하는 동안 클럽하우스 치료실에서 벼락치기 치료를 받은 유 현은 저녁 귀가해서도 마냥 안정을 취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아내가 나섰다. 찜질팩과 손마사지로 밤 12시가 넘도록 남편 유 현의 아픈 허리를 보살폈다. 유 현은 "그동안 내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항상 일으켜 세워 준 이가 아내였다. 큰 경기 앞두고 팔이 아프도록 또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했다"고 말했다.

결전의 날 아침, 허리 통증은 여전했다. 소염 진통제까지 먹어봤지만 금세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소집 예정시간보다 일찍 서둘러 오전부터 클럽하우스를 찾아가 또 마사지를 받았다.

결국 유 현은 경기 시작 직전까지 휴대용 저주파 마사지기를 달고 있다가 그라운드에 나섰다. 후반 5분 슈퍼 세이브를 할 때 스테보와 충돌하면서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부딪히며 쓰러졌다. 평소같으면 교체 아웃될 상황.

유 현은 "다리까지 너무 아파서 더이상 뛰지 못할 것 같았지만 내가 나가면 들어올 선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버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경기 시작 전에 '절뚝거리더라도 네가 베스트다'라고 얘기하신 감독님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현은 하반기 들어 후배 조수혁과의 출전 배분을 위해 주장 완장을 김동석에게 넘겨줬지만 불평을 한 적이 없다. 원조 캡틴의 묵묵한 투혼은 인천의 사상 첫 FA컵 결승행에 밑거름이 됐다. 김 감독이 또 눈물을 흘릴 만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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