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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잡으려 달려드는 경쟁자를 응원하라고?"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한국 선수의 '적'이 돼야 할 타국 선수를 응원하도록 하고 경품을 내거는 것이 국민정서에 맞느냐는 것이다. 요넥스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마케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요넥스 코리아는 최근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10∼16일) 개막을 맞아 'BWF World Championship 2015 출전 기념, 리총웨이 친필 사인 라켓 증정 이벤트'를 선보였다. 리총웨이는 말레이시아의 스포츠스타로 배드민턴 남자단식 최강으로 꼽힌다. 한동안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던 그는 지난해 덴마크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도핑검사에 적발됐다.
이후 정밀 심사 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부주의로 금지약물이 포함된 영양보충제를 섭취한 사실이 인정돼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취소하는 대신 8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5월 복귀한 리총웨이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요넥스 코리아는 이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최근 다시 코트로 돌아온 리총웨이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원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리총웨이가 배드민턴 팬들의 진심 어린 응원 댓글에 힘입어 2015 세계개인선수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요넥스는 리총웨이를 후원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이같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한국의 배드민턴 애호가들을 상대로, 세계선수권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이른바 '적'을 응원하라고 대대적으로 독려하는 것은 왠지 개운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요넥스는 최근 또다른 배드민턴 스타인 린단(중국)을 모티브로 특별 제작된 '린 단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해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자단식 세계 1위인 린단 역시 중국 최고이 스포츠스타로 리총웨이와 자웅을 겨루는 관계다. 린단은 과거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무시하는 언행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요넥스는 배드민턴계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꼽힌다. 한때 세계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중국의 리닝과 대만 빅터의 추격에 밀려 배드민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리총웨이, 린단을 비롯해 일본대표팀을 요넥스가 후원하고, 한국대표팀은 빅터가 스폰서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아무리 자사제품 판매가 중요하다지만 한국 팬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타국 경쟁 선수를 응원한다는 사실을 태극전사들이 알면 그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허탈해 했다.
한편, 요넥스의 리총웨이 이벤트 코너에 올라온 응원 댓글은 250여개로 비슷한 유형의 다른 이벤트에 비해 큰 호응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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