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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캐논슈터'노상래의 전남 3위,소리없이 강한 리더십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7-29 19:05



전남의 뜨거운 상승세가 식을 줄 모른다. 29일 현재, K리그 클래식 3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5년만에 FA컵 4강에도 진출했다. 올시즌 23경기 10승7무6패(승점 37), 2라운드 제주전 이후 12경기에선 7승2무3패다. 올 시즌 안방 12경기에선 단 1패뿐이다. 우연이 아니다. '캐논슈터' 노상래 감독의 소리없이 강한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원팀의 리더십

지난 22일 현대미포조선과의 FA컵 8강전, 이종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전남은 4강에 올랐다. 경기 직후 컴컴한 그라운드에서 노 감독과 이종호가 독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천금같은 골로 팀을 구한 에이스를 칭찬하려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노 감독을 보자마자 이종호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노 감독은 "뭘 잘못했는지 알지?"라더니 동료 전현철 이야기를 꺼냈다. '특급조커' 전현철은 이날 1-0 승리가 유력하던 후반 40분 그라운드에 들어섰다가 불과 5분만에 옐로카드를 받았다. 안전하게 뒤로 공을 돌려도 되는 상황에서 이종호가 욕심을 내다, 전현철의 파울까지 연결됐다는 게 노 감독의 진단이었다. 전현철이나 팀으로서는 치명적인 파울이었다. 전현철은 토너먼트에 강한 공격수다. FA컵에서 안용우와 나란히 2골을 넣었다. 팀이 필요한 순간 어김없이 한방을 해주는 해결사이자 헌신적인 팀플레이어다. '경고누적'으로 꿈의 준결승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이종호가 결승골을 넣고도 고개를 숙였다. 노 감독은 "그날 밤, 우연히 숙소에 갔다가 종호가 현철이한테 '형, 미안해요'라고 사과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현철이가 난 괜찮다. 팀이 4강에 가서 정말 기쁘다고 하더라." 노 감독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원팀의 정신, 끈끈한 의리를 중시한다. 그런 '축구선배'의 정신을 선수들이 절로 배운다.

데이터 축구

"수비수 이지남은 우리팀에서 승률이 가장 높다. 올시즌 11경기 10승1패다." 경기전 인터뷰에서 노 감독은 전남 선수들의 승률을 줄줄 읊었다. 이지남뿐 아니라 주전선수들의 승률을 모두 머릿속에 새겨둔 듯했다. "잠이 안 올 때마다 기록을 본다"고 했다. "물론 승률이 전부는 아니다. 전현철처럼 위기상황에서 투입되는 '조커' 선수들은 승률이 낮다. 당연하다"고도 했다.

노 감독은 전략가다. 데이터를 치밀하게 분석한 후 매경기 작전은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김태영 수석코치 등 믿음직한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맞춤형 작전을 준비한다. 꼼꼼하고 치밀하다. 각 선수별 특징, 상대 전적, 승률까지 면밀하게 계산한다. 수비수 이슬찬이나 이지민을 미드필더로 투입하는 변칙 전술 역시 면밀히 계산된 것이다. 수석코치로 함께 땀을 흘려온 만큼 선수 각각의 플레이스타일, 성격, 사용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상대 선수들과의 관계, 축구 히스토리도 꿰뚫고 있다. 비슷한 연령의 라이벌 선수들을 붙여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 역시 작전의 일부다.

행동의 리더십

이종호 이슬찬 임종은 등 전남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우리의 목표는 FA컵 우승"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정작 노 감독 스스로는 FA컵 4강에 오를 때까지 '우승'이라는 말을 입밖에 낸 적이 없었다. 22일 4강행을 확정지은 직후 우승의 꿈을 묻자 그제서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32강 수원전부터 힘겹게 4강까지 왔다. 처음부터 욕심은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이제 4강에 올랐으니,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신중하게, 그러나 처음으로 '우승' 이라는 두 글자를 입에 담았다. 노 감독은 겸손하다. "나는 이제 겨우 1년차 감독이다. 선배 감독님들 앞에서 내가 섣불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는 맞지 않다. 마음속에 혼자 품고 있겠다. '소리없이'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제주전, 김병지의 700경기를 앞두고도 선수들에게 "의미 있는 경기지만 '마음'으로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의미 있다"고만 말했다. 3년 묵은 제주 징크스를 깨고 3위를 수성한 후 2위 수원과의 승점차가 3점으로 줄었다. 2위 도전을 부추기는 취재진의 유도심문에 "예?"라고 반문했다. "(상위 스플릿) 목표를 상향 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목표를 새로 설정하는 것보다 올해 초에 우리가 세운 목표, 그 약속부터 지키고 싶다. 목표는 상위 스플릿이다. 물론 마음속으로 담아둔 목표는 있다. 몇 등까지라고 이야기하긴 좀 그렇다. '보이지 않는 목표'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껏 그래왔듯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선수 시절 간담을 서늘케 했던 대포알 슈팅처럼, 노상래 축구는 소리없이 강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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