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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부산 감독(53)이 전격 사퇴했다.
발표는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경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구단도 이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못했다. 부산은 후임 감독 선임까지 데니스 코치가 감독 대행체제로 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데니스 감독대행은 브라질 쿠리치바FC와 산토스FC 수석코치, 대구FC 수석코치를 거쳤으며 2013년부터 부산의 피지컬 코치로 입단해 전력분석을 겸했다.
이로써 윤 감독은 지난 2012년 12월 부산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2년 7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윤 감독은 2013년 첫 시즌 상위 스플릿 진출과 함께 시즌 6위를 기록했으며 2014년 리그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 시즌 18경기를 치른 현재 4승5무13패로 리그 11위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돌아온 '부산 사나이'의 아쉬운 퇴장이다. 윤 감독은 코치로 오랜시간 몸담았던 수원에서 지난 2010년 제3대 감독으로 부임하며 프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수원 구단은 극구 만류했지만 윤 감독의 뜻을 꺾지 못했다. 당시 수원은 2009년 바닥으로 추락했던 팀을 맡아 FA컵 우승을 이끈 공로를 인정해 윤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첼시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행 비행기만 타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 부산 구단의 러브콜이 윤 감독의 인생을 바꿨다. 세계적 명문클럽 첼시의 연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 2년간(1994∼1995년)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고 부산에서 성장한 윤 감독은 '부산 사나이'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수원 구단이 보장해준 해외연수를 포기하는 게 아깝기는 했지만 고향땅 부산에서 축구를 통해 열정을 쏟아붓고 봉사하는 것도 더 의미있다 생각했다. 또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수원 감독 시절과 마찬가지로 부임 첫 해 성공적이었다. 종전 시즌보다 경기력이 한층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강팀 킬러', '리그의 설계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부산 아이파크는 대우 로얄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 프로축구 역사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딱히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특히 울산, FC서울, 수원 등 또다른 강호와 만나면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윤 감독이 부임한 첫 해 시즌 7위에서 6위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강팀들을 여러차례 괴롭혔다. 2013년 시즌 울산이 포항에 밀려 2위를 차지한 것도 부산때문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윤성효 부적'으로 K리그 팬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윤성효 부적은 2013∼2014시즌 K리그의 핫 아이템이었다. 후반에 극적인 승리를 연출하는 윤 감독의 지도력을 빗대 K리그 팬들이 만든 아이템인 것이다. 실제 부적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윤 감독의 스타일이 관심사에 올랐다.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윤 감독의 부적을 얻기 위해 애를 쓴 적도 있고 최 감독 역시 효과를 보기도 해 화제가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시작이 창대했던 윤 감독은 2014년 하반기 부산이 강등 위기에 몰려 어느 누구도 희망이 없다고 했을 때 10경기 연속무패(6승4무)의 불같은 몰아치기에 성공하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불러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하반기 돌풍을 재시도해 보기도 전에 낙마를 하게 됐다. 지난 12일 수원전에서 1대1로 비기며 5연패 탈출에 성공했지만 시즌 11위라는 성적만이 윤 감독을 짓눌렀다.
구단 재정을 이유로 팔아치우는 선수만 있고 전력 보강은 이뤄지지 않은 부산 구단의 현실을 감안하면 성적 향상은 애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윤 감독은 "김진규 이규성 등 젊은 유망주들에게 빨리 기회를 주지 못한 게 후회되고 미안하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감독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은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데…, 팬들께 죄송하다"며 미완성의 '부산 도전기'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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