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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슈터' 노상래 감독이 이끄는 전남 드래곤즈의 상승세가 무섭다.
올시즌 전남의 상승세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상승세의 비결은 '분위기'다. 감독과 선수의 소통, 선수들의 믿음이 확고하다. '노상래 리더십'은 소리없이 강하다.
사흘에 한번씩 야간경기가 이어지는 살인적 일정속에 노 감독은 선수들의 지친 심신을 최대한 배려했다. 벤치에서 자주 일어서지 않던 노 감독이 최근 주중 경기에선 선 채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유를 물었다. "우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니까, 앉아 있을 수 없다. 서서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1일 포항과 90분 대혈투끝에 0대0으로 비긴 직후 노 감독은 일부러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코칭스태프를 시켜 선수들을 곧바로 숙소로 들여보냈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다.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한다."
경기를 뛰지 않았거나 교체로 뛴 선수들의 패스게임이 시작됐다. 2팀으로 나뉘어 원을 만든 후 5~6명의 선수가 술래를 정하고 볼을 돌리다, 술래가 볼을 바깥쪽 자신의 팀을 향해 차내면 그때부터 양보없는 미니게임이 시작됐다. 김태영 수석코치가 직접 뛰며, 미니게임을 진두지휘했다. 선수들은 유쾌하고 열정적이었다. 게임이 과열되며, 과한 태클이 나오자 말없이 지켜보던 노 감독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야! 그런 거 하지마!"
훈련 틈틈이 노 감독은 전날 경기를 뛴 선수들과 잔디위를 거닐며 대화를 나눴다.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제몫을 다해준 미드필더 김영욱에게 따뜻한 칭찬과 조언을 건넸다. "영욱아, 손준호를 잘 막았어. 잘했어. 그렇지만 다음엔 손준호가 너를 쫓아다니게 해야해." 울산전에 기용할 미드필더 정석민에겐 미리 생각해둔 작전과 전략을 지시했다.전략가인 노 감독은 매경기 치밀한 분석을 통해 맞춤형 라인업을 내놓는다. '무한경쟁'이다. 부상선수를 제외하고 이미 전선수들이 경기에 나섰다. 상대의 전술과 전력에 따라 최적화된 선수를 선발로 내세운다. 터프한 체력이 필요할 땐 김영욱, 김평래 등 투사들을 내세운다. 미드필드에서 플레이를 풀어가려고 할 때면 이창민, 정석민 등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을 내세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선수들은 감독의 마음을 알고 있다. 전남 2군 감독, 수석코치를 두루 역임한 노 감독은 선수들의 장단점, 특징, 성격을 손바닥처럼 읽어낸다. 김병지, 스테보, 현영민, 최효진 등 베테랑들은 물론, 이종호, 이슬찬, 이종호, 안용우 등 믿고 쓰는 선수들이 믿음만큼 보답해주고 있다.
마지막은 '3인1조' 세트피스와 슈팅 훈련이었다. 3명의 선수가 나란히 선 채 전력질주하다 패스를 하고 크로스를 올리고 슈팅으로 마무리한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이들의 슈팅게임을 구경했다. 갓 부상에서 회복한 이창민의 슈팅이 빗나가자 '병지삼촌' 김병지가 "야! 이창민! 올림픽대표 맞아?"라며 놀린다. 이정효 코치가 적극 애제자를 편들고 나선다. "창민이가 며칠 쉬어서 그래, 이해 좀 해줘." 공격수 전현철의 타점 높은 헤딩골이 터지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건강한 경쟁은 유쾌했다. 경기를 뛴 선수도,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도 함께 웃었다.
훈련이 종료된 후, 운동장 한켠에서 코칭스태프 대 선수의 100m 달리기 '내기'가 시작됐다. 김태영 수석코치와 '막내' 이지민이 붙었다. 핸디캡을 적용받은, 김 코치가 10m 앞에 섰다. 스타트 신호와 함께 전력질주가 시작됐다. 김 코치가 앞섰다.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한다. 동갑내기 노 감독이 "아직 안진다. 선수등록해도 되겠네"라며 하하 웃는다. '캐넌슈터' 노상래 감독, '아파치' 김태영 코치,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전남 레전드'들이 이끄는 훈련장은 유쾌하다.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선수들은 '실력파'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믿고 따른다. 즐겁게 열심히 훈련하니, 분위기도 성적도 저절로 따라온다. 전남의 전성시대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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