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단독 인터뷰]'코리아 메시' 이승우 "싸가지 없는 선수 아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5-14 06:59



한 개의 공을 몰아 30~40m의 폭풍 질주로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지난 1월을 떠올려보자. 우즈베키스탄과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8강전, '차미네이터' 차두리(35·서울)의 60m 드리블에 한국을 넘어 아시아가 들썩였다. 드리블하면, 손흥민(23·레버쿠젠)도 빼놓을 수 없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견고한 독일 수비진을 뚫고 골까지 성공시키는 능력을 갖춘 손흥민은 한국 축구에서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최근 팬들은 또 다른 '명품 드리블러'에 열광했다. '한국의 메시' 이승우(17·바르셀로나 후베닐 A)다. 한 살 위의 형들과 함께 뛰었던 수원JS컵에서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와 상대 선수 1~2명은 쉽게 제치고 돌파하는 능력에 팬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그 동안 이런 유형의 공격수가 한국 축구에 보이지 않았던 것도 열광의 이유였지만, 1m63의 작은 거인이 자신보다 20㎝ 이상 큰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농락하는 모습이 짜릿한 희열을 가져다줬다.

찬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톡톡 튀는 이승우 특유의 표현방식이 한국 팬들의 정서와 충돌했다. 선수와 팬들 사이에 오해가 쌓였다. 스포츠조선은 13일 이승우의 형인 이승준의 모교인 명지대에서 개인 훈련에 돌입한 이승우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오해 속의 진실을 밝힌다.


이승우 "싸가지 없는 선수 아냐"

'악동' 이천수(인천)는 '이승우의 싹수 논란'에 대해 "강한 승부욕의 발로"라고 표현했다. 18세 이하 대표팀 소집 기간 이승우를 지도했던 안익수 감독은 "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당돌함"으로 평가했다. 이승우는 수원JS컵에서 특출난 기량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연령별대표 선수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돌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좋은 득점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자 광고판을 걷어찼다. 교체 아웃 이후 감독에게 인사도 없이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동료들이 패스를 주지 않을 때는 짜증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다. 소위 "싸가지 없다"는 팬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만 했다. 그러나 이승우의 솔직한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승우는 "승부욕이 강한 것도 맞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인데 골을 넣지 못했다. 싸가지가 없어서 (광고판을) 찬 것은 아니다. 나만의 방식대로 스트레스를 푼 것이다. 그렇다고 경고를 받거나 퇴장을 당해 팀에 해를 끼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골도 많이 넣고 싶었다. 좀 더 뛰면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그간 경기를 못뛰다보니 경기 감각이 떨어진 부분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또 "내가 너무 작아서 형들이 보지 못하고 패스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경기 중의 한 부분이다. 내가 더 많이 뛰고 움직여야 했다. '왕따' 논란은 과장된 것 같다"고 했다.


변하려는 이승우, 경기장 밖에선 평범한 소년

이승우만의 표현방식은 해외에선 논란거리도 아니다. 이승우는 "외국에선 전혀 논란이 되지 않는다. 감독과 싸우는 선수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해외 팬들과 다른 정서를 가진 국내 팬들이 성장의 한 과정이라고 이승우를 무조건 이해해줘야 할까. 이승우는 손사래를 쳤다. "한국에선 한국 정서에 맞춰야 한다. 당연하다. 많은 생각도 해봤고. 감독님들과도 많이 대화했다. 스스로 많이 바꿔야 한다." 아직 미래가 밝은 선수답게 이승우는 주위 조언을 스폰지처럼 빠르게 흡수하고 있었다. 인성적으로 성장 중이다. 이승우는 "많은 분들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신다. 경기장 안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다. 그래서 나만의 방식대로 해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변화의 필요성을 점점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선 영락없는 10대 후반 청소년이다. 웃음도 많고, 뭐든지 강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승우는 "경기장 안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밖에선 평범한 아이에 불과하다. 똑같은 17세 청소년 중 한 명"이라며 웃었다.


사진캡처=이승우 트위터
최연소 A대표 탄생? 벤치멤버라도 감사


한국 축구 A대표팀 최연소 기록은 김판근(49)이 보유하고 있다. 1983년 11월 1일, 17세 241일의 나이로 A매치에 나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세웠다. 1998년 1월 6일생인 이승우는 13일 현재 17세 127일로, 앞으로 113일 안에 A대표팀에 발탁될 경우 최연소 A대표가 된다. 8월 중국 우한에서 벌어질 2015년 동아시안컵 1차전까지 기회는 살아있다. 이승우는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일이다. 동기부여도 된다. 뽑히기만 한다면 벤치만 앉아있어도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7일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원정 1차전 때 19세인 잔루카 가우디노를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승우의 발탁은 분명 창의적인 슈틸리케호의 신호탄이 될 듯하다. 오전은 피트니스 클럽에서, 오후는 명지대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이승우는 "A대표의 꿈 외에도 시간에 맞춰 바르셀로나 2군에 진입해 1군까지 올라가 캄프누에서 뛰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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