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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동안 무려 8경기를 소화하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계절의 여왕' 5월이 열렸다. 서울은 2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FC와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를 치른다. 성남에는 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맞닥뜨렸다. 서울의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120분 연장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안방에서 성남의 우승 세리머니를 허망하게 지켜봐야 했다.
최 감독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고 했다. 그는 30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성남전 미디어데이에서 "수원전 패배이후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렸다. 지난해 우리 안방에서 펼친 성남의 우승 세리머니는 잊을 수 없다. 반드시 복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 준비를 하고 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고,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두리도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복귀 신고'를 했다. 그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쉬는 기간에 자기 반성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성남전부터는 다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돌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당초 회복하는 데 3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2주 만에 부상을 떨쳐냈다. 그는 27일 훈련에 합류했다. 차두리는 "그냥 쉬니까 좋아지더라"며 웃은 후 "아직까지는 회복 속도가 30대의 선수치고는 빠른 것 같다. 빨리 팀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차두리의 역할은 크다. 그는 팀의 정신적인 지주다. 그라운드에서 반전의 열쇠도 차두리가 쥐고 있다. "수원전은 한 경기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 선수들도 반성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수원전 이후 감독님과 대표팀 은퇴 이후의 동기부여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도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었고, 혼도 났다.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팀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마음의 여유와 동기부여를 갖고 나부터도 꼭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갈 것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남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 감독도 숨통이 트였다. FA컵을 통해 희망을 봤다. 젊은피가 새로운 통로다. 그는 "지난 4년간의 우승, 준우승을 너무 의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를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가져갈 것이다. 주전 경쟁을 통해 서울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좀 더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팀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올해도 '슬로스타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예년에는 5월이 늘 희망이었다. 올해도 그 꿈을 꾸고 있다.
시즌의 명운을 걸었고, 성남전이 출발선이다. 성남전 이후에는 일본으로 날아가 가시마 앤틀러스와 ACL 조별리그 최종전(5일)을 치른다. 16강 진출의 운명이 결정된다. 연승 이외에는 탈출구는 없다. 배수진을 친 5월, 서울의 화두는 대반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