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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품은 문창진 "K리그 씹어먹을 때 됐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4-21 06:32


대전 시티즌과 포항 스틸러스의 2015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경기가 1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포항 문창진(19번)이 전반 선취골을 터뜨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m70. '작은 거인' 문창진(22·포항)이 독을 품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두 경기 연속 골망을 흔들었다. 15일 전남전에선 시즌 첫 골을 신고하더니 19일 대전전에서 또 득점포를 가동했다. 2012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던 지난 시즌 득점(2골)과 벌써 타이를 이뤘다. 두 경기를 소화했을 뿐이다.

겸손이 먼저였다. 문창진은 2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운이 많이 따랐다"고 밝혔다. 적은 슈팅수에 비해 높은 골 결정력이 돋보였다. 전남전에선 한 개의 슈팅이 골로 연결됐고, 대전전에선 두 개의 슈팅 중 한 개가 결승골로 이어졌다.

독기가 잠자던 문창진을 깨웠다. 올 시즌 초반 23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돼 2016년 아시아챔피언십 예선을 치른 문창진은 이번 달 초부터 클래식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4일 전북과 11일 제주 원정에선 잇따라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낙심할 만도 했다. 그러나 불시에 찾아올 기회에 대비했다. 평소보다 휴식을 잘 취하는 등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해는 곧바로 떴다. 문창진은 황선홍 포항 감독이 부진 탈출을 위해 내놓은 '제로톱' 카드의 핵이었다.

프로 4년차다. 문창진은 2012년 포철고 졸업 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포항 유니폼을 입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잇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프로 데뷔 시즌 4경기, 2013년 7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24경기에 출전했지만 교체 출전이 더 많았다. 여전히 젊다. 나이는 아직 스물 두 살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력으로 따지면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다. 문창진은 "시즌 전 황 감독께서 '이젠 K리그도 씹어먹을 나이가 됐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감독 말씀대로 K리그를 씹어먹어 보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창진은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포항의 젊은 피들과 제로톱을 가동하고 있다. 포항 유스 출신 김승대 이광혁 손준호다. 문창진은 "승대 형, 준호 형, 광혁이는 중·고교 때부터 같이 뛰었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보인다. 여기에 티아고가 좀 더 제로톱 전술에 대해 익숙해지면 더 무서운 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문창진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우선 포항에서 주전을 꿰차는 게 목표다. 그래야 내년에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원하는 두 가지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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