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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폭격기는 없었다. 대신 조연이 빛났다.'
인천의 벨기에 특급 케빈(1m96)과 울산의 토종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1m96)이 주인공이다.
둘의 대결을 떠나 양팀 모두 절박했다. 인천은 올 시즌 개막 이후 첫승을 챙기지 못했다. 울산은 최근 2경기 연속 무승부를 하는 바람에 선두 경쟁에서 멀어진 상태였다.
어떻게든 반전을 마련해야 하는 두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가 케빈과 김신욱이었기에 이들의 해결사 역할이 관전 포인트였다.
김신욱 대신 양동현을 먼저 올린 이유에 대해 윤 감독의 설명은 명쾌했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우선이고 현재로선 양동현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가는 게 낫다."
결국 후반 33분 케빈이 박세직과 임무 교대를 하며 나갔고, 5분 뒤 김신욱이 양동현과 교체 투입되면서 '고공 대결'은 무산됐다.
하지만 도우미들이 빛났다. 주연이 없는 자리에 알토란같은 조연들이 있었던 게다.
이들 조연의 깜짝 활약을 등에 업은 인천과 울산은 1대1로 공평하게 주고 받았다. 이로써 첫승 도전에 실패, 5무2패에 머문 인천은 팀 역사상 최다인 14경기 연속 무승(9무5패)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울산은 3승4무(승점 13)로 선두 전북(승점 19)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울산의 조연은 중앙 수비수 김근환이었다. 김근환은 키가 1m93으로 김신욱 부럽지 않은 높이를 자랑한다. 울산은 세트피스 상황을 맞으면 김근환을 적극 활용했다.
전반 16분 제파로프가 프리킥을 할 때 후방에서 부리나케 올라온 김근환이 헤딩슛을 시도하며 인천 수비진을 힘들게 했다. 2분 뒤에는 하성민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이 인천 골키퍼 조수혁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다.
인천 수비진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기서 얻은 울산의 코너킥이 선제골로 마무리됐다. 선제골의 숨은 공신은 김근환이었다. 울산의 슈팅이 수비에 막혀 볼 경합으로 혼전을 이룰 때 김근환이 김태환에게 밀어준 것이 골로 연결됐다.
인천의 조연은 더 짜릿했다. 좀처럼 울산의 5백 수비를 무너뜨리지 못하던 인천 김도훈 감독이 '폭격기' 케빈 대신 '육상 특공대' 박세직을 선택한 게 적중했다.
패스게임으로 끈질기게 몰아붙이던 인천은 후반 41분 아크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박세직이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찬 것이 골그물 오른쪽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인천은 박세직을 비롯해 진성욱 등 교체 멤버들의 압박을 앞세워 이전에 부족했던 끈기를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승자도, 스타도 없었지만 조연들의 분투로 그래도 먹을 게 있는 '소문난 잔치'였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