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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고 또 가둔 눈물샘이었다. 그러나 결국 터졌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아버지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의 품에 안긴 후 눈물의 농도는 더 진했다. 13년 143일, 차두리(35·서울)의 긴 여행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막을 내렸다.
이어 전반 종료 휘슬이 울렸고, 차두리의 공식 은퇴식이 진행됐다. 두 줄로 도열한 태극전사들과 코칭스태프 사이로 차두리가 등장했다. '금빛 유니폼'을 입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등번호 '22'와 영문명 'CHA Duri'가 금색으로 새겨진 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했다. 일일이 손을 맞잡은 그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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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너무 너무 감사하다"며 말문을 연 차두리는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난 잘 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하려고 애썼던 선수였다. 여려분들이 알아줘서 행복하게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고 했다. 그리고 "대표팀은 이제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한다. 후배들이 경기할 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잘할 때 박수쳐 주시고, 안 될 때 더 큰 성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라운드를 돌며 다시 한번 팬들의 환호에 답례했고, 관중석에선 '차두리 고마워'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차두리는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친선경기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차범근 아들'은 현실이지만 시선은 부담스러웠다. 더 잘해야 했고, 모범이 돼야 했다. 그는 단 한 차례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오직 축구만을 위해 살았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고비도 있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활약했다. 월드컵 4강 신화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주역이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는 맏형으로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27년 만의 준우승에 기여를 했다.
차두리의 진면모는 이날 여러차례 연출됐다. 전반 37분이 압권이었다. 한교원(25·전북)이 페널티킥을 얻은 후 기성용과 손흥민이 차두리를 호출했다. 하지만 그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 손흥민이 실축했지만 차두리는 후배를 격려했다.
시작이 있어야, 끝도 있다. A매치 76경기를 끝으로 차두리는 국가대표에서 떠났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지워지지 않는다. 2015년 3월 31일 뉴질랜드와의 A매치는 차두리를 위한 콘서트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