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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동이장 퍼레이드를 재연하겠다."
올 시즌 12개 구단 가운데 어느 팀이 우승을 하든 제법 흥미로운 세리머니를 구경할 수 있겠다. 5일 열린 2015년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는 12개 구단 선수대표로 나온 K리거들이 흥미로운 '우승 공약'을 제시했다.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한다면 팬을 위해 보여주고 싶은 세리머니나 공약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저마다 순간적인 재치를 발휘한 것이다.
우선 과거에 팬을 위해 과감하게 '망가졌던' 감독을 소재로 삼은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또 우승을 하면 최 감독 뿐만 아니라 선수 모두가 '봉동이장' 복장을 하고 운동장을 돌며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운동장을 순회하는 게 아니라 미스코리아 퍼레이드를 흉내낸다고 한다. 권순태는 이를 위해 별도 소품으로 '봉동이장 만세!'라고 적인 어깨띠도 준비해 두르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FC서울의 새 주장 고명진도 감독을 끌어들였다. 최용수 감독이 지난 2012년 올스타전에서 '이탈리아의 악동' 발로텔리처럼 웃옷을 벗고 선보였던 '용수텔리' 세리머니를 떠올렸다. 고명진은 "최 감독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니 감독이 먼저 나서 3년 전의 '용수텔리' 세리머니를 재현하도록 하면 인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2012년 우승 당시 최 감독이 연출했던 '말타기'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낙마 위험이 있어서…"라고 난색을 표해 웃음을 자아냈다.
댄스파티를 선사하겠다는 공약도 주를 이뤘다. 성남 김두현과 부산 이창근은 착용하고 있던 축구화 등 용품을 관중석에 던져주고 단체로 춤을 추겠다며 평이한 댄스파티를 제시한 반면 포항 김태수와 광주 임선영은 파격적인 '쇼'를 구상했다.
일단 김태수가 압권이다. 김태수는 댄스그룹 DJ DOC의 히트곡 '미녀와 야수'에 맞춰 야한 댄스를 추는 게 특기라고 고백하더니 우승을 하면 그라운드에서도 섹시댄스 실력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임선영은 광주 시내를 한바탕 뒤흔들어 놓겠다는 생각이다. 선수단이 광주 시내 곳곳을 돌며 걸그룹 EXID의 '위아래' 댄스를 앞세워 '춤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것.
부산 유 현은 "우승이 아니라 상위 스플릿에 들기만 해도 웃옷을 벗고 춤을 추겠다"고 했고, 대전 윤원일은 "감독님과 교대로 돌아가며 커플댄스를 선보인다"고 했다.
제주 강수일은 "우승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으로 팬들을 초청해 즉석에서 맥주파티를 열고 싶다"며 유일하게 '음주가무'를 공약했다.
그런가 하면 감독들 못지 않게 선수들의 입담 대결도 은근히 뜨거웠다.
울산 양동현은 개막전 상대 FC서울에 대해 "최근 FC서울의 ACL 경기를 보니 수년째 같은 스타일의 축구를 하더라. 근데 매년 좋아져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유머넘치게 도발했다.
또다른 개막전 상대 전남-제주의 선수간 신경전도 볼 만했다. 전남 이종호는 "제주의 약점을 미리 말하면 상대가 대비하기 때문에 안된다. 대신 제주전에서 골을 넣고 펼칠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자극하자 강수일은 "3년째 전남과 개막전인데 이전 2번 모두 이겼다. 작년에 내가 전남전에서 골을 넣었으니 이번에도 넣는다. 나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받아쳤다.
대전 윤원일도 "대전은 챌린지에서 올라 온 팀이라 노는 물이 다른 클래식에서 통할지 모르겠다"는 부산 이창근의 발언에 대해 "대전은 원래 클래식 팀이었다"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