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살 많이 빠졌다" 지친 기성용, 감독 요청에 그는 또 뛴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5-02-02 13:39 | 최종수정 2015-02-03 07:06


기성용. 스포츠조선DB, ⓒAFPBBNews = News1

볼 살이 쏙 들어갔다. 체력은 바닥난지 오래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슈틸리케호의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아시안컵을 떠 올렸다.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슈틸리케호가 귀국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뒤를 이어 '캡틴' 기성용을 필두로 선수단이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1m90이 넘는 장신에 떡 벌어진 어깨,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성용의 얼굴은 반쪽이 돼 있었다.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호주아시안컵 이전부터 기성용은 이미 녹초가 돼 있었다. 아시안컵 출전 이전까지 올시즌 스완지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전 경기에 출전했다. 리그 20경기 중 19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18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크리스마스 이후 시작된 '박싱데이' 주간에 남은 체력을 다 썼다. 일주일에 3경기를 치렀다. 게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의 요청에 대표팀 합류 시점까지 미뤄가며 1월 2일 퀸즈파크레인저스전까지 소화했다. 대표팀에 합류해서도 쉴 틈이 없었다. 주장의 책임감까지 더해져 지친 기색 없이 뛰고 또 뛰었다.

그는 아시안컵에서도 전경기에 선발 출전, 이라크와의 4강전 후반 48분 교체 아웃된 것을 제외하고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총 408개의 패스를 뿌려내며 패스 횟수에서 아시안컵 전체 1위에 올랐다. 패스 성공률은 93.1%였다. 주장의 임무를 완수하고 준우승을 이끌어내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기성용은 인천공항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한 달 동안 열심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우승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부족했던 점을 발전시켜 다음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무대 뒤에 선 기성용을 만났다. 기성용에게 "몇 ㎏이나 빠졌나"라며 질문을 던졌다. 웃음과 함께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얼굴 보시면 안다. 몸무게를 재보지는 않았다." 이어 "호주가 더워서 정말 힘들었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고 답했다. 환영식이 끝난 뒤에도 그는 화끈하게 '팬서비스'를 했다. 공항을 빠져나가며 팬들의 사진 촬영, 사인 요청에 모두 응했다. 그의 손에는 팬들이 건네준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팬들은 "기성용 선수, 고생 많았어요"라며 박수를 보냈다.


팬들에게 받은 꽃 한송이를 들고 어머니 남영숙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성용. 인천공항=하성룡 기자
귀국 후 짧은 휴식을 취한 기성용은 다시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호주를 떠나기 전 기성용은 게리 몽크 스완지시티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다. "주말 경기에 뛰어달라." 몽크 감독은 기성용의 복귀전으로 8일에 안방에서 열리는 선덜랜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를 택했다. 기성용이 자리를 비운 사이 스완지시티는 2승1무2패로 부진했다. 게다가 선덜랜드는 기성용이 지난 시즌 임대됐던 팀이다. 상대를 잘 아는 기성용의 출전이 스완지시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기성용도 스완지시티를 위해 힘들 몸을 이끌고 다시 뛸 예정이다. 기성용은 결승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스완지시티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