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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2015년 빅4 감독에게 묻는다]④최강희 감독 "전북은 도전자"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01-01 17:30 | 최종수정 2015-01-02 07:51


1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전북과 포항의 경기가 열렸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현대가 포항에 1대0 승리하며 우승을 기념하는 승리까지 기록했다. 경기 종료 후 전북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강희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15

2014년 시즌 시작 전 전북은 절대 1강이라는 말을 들었다. 틀리지 않았다.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18라운드부터 선두에 나섰다.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38경기에서 24승9무5패(승점 81)를 기록했다. 2위 수원과의 승점차는 14점이다. 2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했다. 2009년, 2011년에 이어 세번째 K리그 우승이다. 명문 클럽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심에는 최강희 감독(55)이 있다. 3차례 리그 우승 모두 최 감독의 작품이다. 이제 최 감독과 전북은 동의어다. 최 감독은 현재 스페인에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단기 연수 중이다. 전화로 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시원섭섭

2014년을 한 마디로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시원섭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 감독은 "K리그에서 시원하게 우승했다. 마음 속에 있던 찜찜함을 털었다"고 말했다.

찜찜함은 2013년 부진이었다. 최 감독은 2013년 6월 A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바로 짐을 싸서 전주로 내려왔다. 당시 전북은 위기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16강에서 가시와 레이솔에게 무너졌다. K리그에서는 6승3무5패(승점 21)로 7위에 불과했다.

최 감독은 조바심을 냈다. 복귀하자마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2011년 빅히트를 친 닥공(닥치고 공격)을 떠올렸다. 공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15라운드 경남전에서 복귀했다. 4대0으로 승리했다.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전북의 공격은 최 감독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전북은 최 감독 복귀 후 열린 24경기에서 36골을 넣었다. 경기당 1.5골이었다. 복귀 전 14경기 25골(경기당 1.78골)보다 페이스가 떨어졌다. 수비도 문제였다. 최 감독이 돌아오기 전까지 전북의 수비는 엉망이었다. 14경기에서 24골을 내줬다. 경기당 실점은 1.71골이었다. 복귀 후에도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24경기에서 25실점. 경기당 1.04골을 내줬다. 공수의 밸런스 붕괴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최 감독은 "2013년 팀에 복귀했을 때 너무 서둘렀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얼마 되지 않아 한계를 느꼈다. 전체적인 수비 밸런스가 깨져 있어서 계속해서 실점했다. 내 욕심이 컸다"고 아쉬워했다.

실패에서 해답을 얻었다. 닥공을 잊었다. 수비 밸런스와 조직력에 집중했다. 김남일과 신형민을 데려오며 허리에 무게감을 실었다. 최 감독은 "언론과 팬들은 닥공만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수비만 꾸준히 주문했다. 공격은 좋지만 수비가 별로인 선수들만 모아 따로 교육을 시켰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생각은 적중했다. 전북은 K리그 38경기에서 22골만 내주었다. 12개팀 가운데 최소 실점이었다. 수비가 단단해지니 공격은 절로 풀렸다. 38경기에서 61골을 넣으며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최 감독은 "닥공을 버리고 내실을 기했다. 3년만의 K리그 우승으로 응답받았다. 속 시원했다"고 기뻐했다.

위기도 있었다. 8월 말이었다. 서울과의 22라운드 홈경기, 전남과의 2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연달아 졌다. 모두 종료 직전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2위권의 추격을 허용했다. 선수들은 동요했다. 최 감독은 변화를 외쳤다. "그 때까지만 해도 결과보다는 내용을 중시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선수들에게 '이제는 내용보다 결과다. 승점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수긍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승리를 따내더다. 결과가 나오니까 내용까지 좋아졌다. 결국 선수들 스스로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회상했다.


섭섭함은 역시 ACL이었다. 포항과 16강에서 격돌했다. 무기력했다. 1,2차전 모두 졌다. 최 감독은 "ACL 실패가 가장 뼈아프다. 큰 충격이었다. 단기전은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K리그 우승으로도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없다"고 했다.
1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전북과 포항의 경기가 열렸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최강희 감독이 우승 기념 머플러를 선보이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15
도전자

2015년 목표를 물었다. 최 감독은 K리그 2연패와 ACL우승을 꼽았다.

신중했다. 우승을 자신하지 않았다. 대신 '도전자'를 입에 올렸다. "우리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모든 팀들이 우리에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한 그는 "거꾸로 생각해보자. 우리도 K리그 2연패가 목표다. 결국 모든 팀에 도전해야 한다. 우리 역시 도전자의 입장"이라고 했다.

K리그 감독들간 자존심 대결도 신경 썼다. 최 감독은 2015년 K리그 클래식 최고령 감독이다. 젊은 감독들의 도전을 받는다. 최 감독은 "후배들의 건전한 도전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치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후배 감독들 가운데 껄끄러운 이는 없다. 여유를 가지고 시즌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ACL은 진정한 도전이다. 조별리그 대진운은 좋다. 전북은 산동 루넝(중국) 빈 두엉(베트남), 동아시아 플레이오프 2조 승자와 함께 E조에 속했다. 다들 한 수 아래다. 부담스러운 호주 원정과 광저우 헝다도 피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전북의 목표는 우승이다. 16강, 8강, 4강으로 가면서 더욱 강한 상대와 만나게 된다. 이들을 넘어서야 우승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아시아에서 우리는 여전히 도전자다. 2006년 우승이 전부다. 다른 팀들도 우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다. 다른 팀의 거센 도전을 넘어서야 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도 도전"이라고 했다.

보강이 필수다. 2014년이 끝나고 이승기 신형민 정 혁이 입대했다. 김남일은 일본으로 떠났다. 허리의 중심이 대거 빠졌다. 외국인 선수 교체도 쉽지 않다. 레오나르도와 윌킨슨은 남지만 나머지는 떠났다. "허리에서 선수들이 갑자기 빠졌다. 그 자리를 보강해야 한다. 여러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미 전북은 대형 수비수 김형일 영입을 마무리했다. 조성환도 복귀시킬 계획이다. 에닝요와도 복귀를 놓고 협상 중이다. 이들을 다 영입하면 최 감독이 머리 속에 그리는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바로 '2011년 전북'을 능가하는 팀 구축이다. 최 감독은 "2011년 전북은 강했다. 4년전 팀에 얼마만큼 다가설 지가 2015년 성패를 가늠할 것이다. 2011년 전북을 넘어서는 것.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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