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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동원"아우크스,유럽서 통한다는 자신감 심어준 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2-23 12:26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수' 지동원(23)이 돌아왔다.

22일 밤 독일 현지에서 지동원의 아우크스부르크 전격 이적 뉴스가 전해졌다. 도르트문트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했다. 아우크스부르크 구단은 '지동원과 2018년 6월30일까지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키커, 빌트 등 독일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아우크르부르크와 도르트문트는 양팀 합의에 따라 계약조건을 밝히지 않았다. 빌트지는 이적료를 150만 유로(약 20억원)로 추정했다.

2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지동원의 표정은 홀가분했다. 이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일단 팀을 옮긴다 마음 먹었고, 만약 팀을 옮긴다면 아우크스부르크로 가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팀을 옮기려던 시점에 아우크스부르크가 원했기 때문에… 나를 원하는 팀에 가고 싶었다"고 이적 이유를 밝혔다. "(구)자철이형도, 나도 아우크스부르크를 나올 때, 좋은 분위기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후에도 (구단, 감독님과) 종종 연락하며 지냈다"고 했다.

이적은 급물살을 탔다. 속전속결이었다. 당초 22일 귀국 예정이던 지동원은 행선지를 아우크스부르크로 돌렸다. 겨울휴가 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 '이적 오피셜'과 함께 귀국했다. 지동원은 뛰고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6개월을 쉬었다. 빨리 계약을 마친 이유는 윈터브레이크 때 팀 전지훈련부터 함께 하기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우크스부르크는 분데스리가 리그 6위(승점 27)를 달리고 있다. 4위 묀헨글라트바흐, 5위 샬케04와 승점이 같고, 3위 레버쿠젠과는 승점 1점차다. 상위권 진입 및 수성을 위해 이미 '검증된 골잡이' 지동원 영입을 결정했다. 지동원은 "크리스마스 휴가 후 들어가서 곧바로 전지훈련에 들어가, 열심히 훈련할 예정이다. 후반기 첫경기서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팀 목표가 유로파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다. 팀 상황도 좋다. 팀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우크스부르크와 지동원의 인연은 같하다. 아우크스부르크 구단 역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동원의 이적 사실을 밝히며 "그는 우리를 알고, 우리는 그를 안다"는 말로 친근감을 표했다. 2013년 이후 매년 겨울,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었다. 축구의 길이 막힐 때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앗줄'같은 팀이었다. 2013년 1월, 선덜랜드에서 2014년 1월 도르트문트에서, 임대로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었던 지동원은 2015년 1월 완전이적했다. 구자철과 함께 팀의 공격라인을 이끌며 첫시즌 17경기에서 5골, 두번째 시즌 12경기에서 1골을 넣었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한 팀에 3번이나 들어가는 인연이 특별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내게, 유럽에서 축구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준 팀"이라고 말했다. "스무살때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서 내 축구가 통할 수 있을까 좌절했을 때, 신뢰를 보내준 팀이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고마운 팀"이라고 설명했다. 묄더스, 베르너 등 눈빛이 통하고, 손발이 맞는 동료들이 있다. 감독의 신뢰도 확고하다. 그러나 지동원은 새 도전 앞에 진지했다. "플레이스타일을 알고 다른 구단에 비해 적응이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내겐 또다른 도전"이라며 각오를 되새겼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지동원은 4골을 몰아쳤다. '절친' 구자철과 함께 '지-구특공대'로 맹활약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이 활약이 발판이 돼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꿈도 이뤘다.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은 올시즌 부상 악재속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슈틸리케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2일 발표된 2015년 호주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지동원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문전에서 침착한 결정력, 유연하고 영리한 움직임, 아시안컵, 올림픽, 월드컵,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등 큰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지동원은 누가 뭐래도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리는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원이다. 지동원은 "대표팀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곳이고, 언제나 꿈꾸는 곳이다. 어느 경기든 모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속팀에서 많이 뛰고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 대표팀은 소속팀에서 컨디션이 올라오고, 좋은 활약을 펼칠 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동원의 2014년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에둘러가지 않았다. "좋지 않았다"는 한마디로 답했다. 브라질월드컵의 해, 지동원은 고전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시작한 도르트문트에서의 첫시즌, 햄스트링, 왼무릎 반월판 부상이 겹치며 1군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1월1일부터 부상했고, 이후 여파가 컸다. 예전엔 다치면 일주일 정도 쉬고 괜찮아졌는데 올핸 한번 다치면 최소 한달이었다. 컨디션이 올라올 만하면 다치고, 또 다치고…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은 2015년 새시즌, 새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은 행복한 한해를 꿈꾼다. 나역시 그렇다. 2014년,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전, 또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2011년 약관 스무살의 나이에 '최연소 프리미어리거'로 빅리그에 진출했던 지동원은 벌써 '유럽 5년차'다. 영광과 시련을 두루 경험하며 단단해졌다. "마냥 어린 게 아니다. 내년 유럽 나이로 스물네살, 한국나이로 스물다섯살이다. 그래서 조금 더 진지한 고민을 했고, 그래서 이번 결정이 더 중요했다. 스무살때 마음과는 다르다. 책임감도 더 생겼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됐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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