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축구계 흔든 '황희찬 스캔들', 재발 막을 3가지 방법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18 18:16 | 최종수정 2014-12-19 07:39



'황희찬 스캔들'은 한국 축구의 일그러진 오늘이었다.

포항 유스 출신으로 우선지명까지 받은 황희찬(18·포철고)이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계약했다. 오랜 기간 황희찬 육성에 공을 들인 포항이 취할 수 있는 대응법은 '국내 복귀 동의 거부' 뿐이다. '우선지명'이라는 로컬룰이 존재하나, 원칙적으로는 계약 전 아마추어 신분이기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잘츠부르크 이적을 막을 방도가 없다.

유소년 선수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이 프로 산하 유스팀까지 퍼졌다는 점에서 축구계의 우려가 깊다. K-리그 구단들은 "현 상황에선 제2의 황희찬은 계속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스팀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한숨만 쉬고 있다. "제재를 해도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면 그만"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그렇다면 제2의 '황희찬 스캔들'을 막을 방벙은 없을까.

준프로계약제 도입?

최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실무자 회의에서 논의됐던 안건 중 하나가 '준프로계약제 도입'이다. 계약 가능 연령을 고교 졸업(만 18세)보다 2년 앞선 입학(만 16세) 시기로 낮추자는 게 골자였다. 학업 병행을 위해 프로팀 산하 유스팀에 임대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일정 기량이 되면 프로무대에 끌어올리게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됐다. 하지만 프로팀 계약 선수가 고교축구 주말리그 등에 출전할 수 없는 현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저촉된다. 또 준프로계약제가 근로기준법의 연소근로자 노동 조건에 저촉 될 가능성도 있어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K-리그 구단의 한 관계자는 "준프로계약제 시행이 완벽한 해답이 될 순 없어도, 무분별한 유출을 막는 장치가 될 수는 있다"며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협회 규정 완화 뿐만 아니라 철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팀 선발 배제?

태극마크는 한국 축구의 얼굴이다. 실력에 걸맞는 인성도 필수조건이다. 현재 각급 대표팀 선발은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및 코칭스태프가 맡고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이들의 눈과 판단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대한 리그 규정 위반 선수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의 대표 선발을 막을 만한 장치가 없다. 예를 들어 포항이 아무리 국내 복귀 동의를 거부해도 황희찬이 대표팀에 발탁되어 아시안게임 금메달 또는 올림픽 메달 등의 성과로 병역혜택을 받으면 굳이 K-리그에 돌아오지 않아도 병역의무를 해결할 수 있다. 축구계 관계자는 "'황희찬 스캔들'은 규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협회, 연맹의 유소년 육성 방침에 정면으로 어긋났기 때문에 한국 축구 생태계를 해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런 선수들을 실력이 좋다는 이유 만으로 대표팀에 뽑을 수 있는 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어도, 경각심은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축구협회의 적극 개입?


현장의 결론은 대부분 "축구협회가 나서지 않으면 어렵다"였다. 이들은 유소년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 관리하는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선수 유출에 개입하지 않으면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소년 축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선수 유출은 결국 협회가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수수방관 하면서 확대된 부분도 크다"며 "협회에서 어떻게 유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리그, 나아가 대표팀이 발전하는 방향을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협회와 연맹, 프로 실무자, 아마 현장 관계자 등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선수 조기 유출, 직업선택 자유 침해 등 반대여론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윈-윈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뚤어진 어른들의 욕심은 청춘을 멍들게 한다. 장밋빛 꿈을 안고 유럽에 진출해도 제대로 뛰어보지 못한 채 방출되는 게 부지기수다. 그러나 일부 에이전트들은 미래가 불분명한 유럽행을 수익 수단으로 삼으면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부모들의 냉정한 판단도 요구된다. K-리그 구단 관계자는 "시장의 물을 흐리는 일부 에이전트들을 협회 차원에서 제재하거나 구단들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고 짚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