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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떠났던 대표팀이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질책은 달게 받겠다.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
허 부회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의 거취에 대한 축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 상황에서 홍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협회는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 이어 "벨기에전 이후 홍 감독은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귀국 후 정몽규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재차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 회장께서 홍 감독의 사퇴를 만류했다. 월드컵이란 큰 대회를 준비하면서 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홍 감독의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달라고 홍 감독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협회의 홍 감독 유임 결정 배경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악습을 끊고자 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면 감독이 모든 것을 떠안고 물러나는 모습을 지우려는 것이다. 허 부회장은 "지금까지 그래왔지 않냐. 월드컵이 끝나면 감독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그만두고 그랬다. 그 동안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짧은 월드컵 준비기간이다. 홍 감독에게 지난 1년은 밀실행정으로 경질된 조광래 전 감독과 사상 최초 '시한부' 꼬리표가 붙은 최강희 감독의 과거를 지우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허 감독은 "나도 부담스럽기도 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홍 감독도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에서 드러난 실패는 홍 감독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허 부회장은 "우리가 모든 면에서 미흡했다. 지원 분야, 스태프 등 대두되는 부분이 흡족하지 않았다. 또 경기력에 대해선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