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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 스토야노비치의 짐꾼 된 사연은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3-03 09:29 | 최종수정 2014-03-03 09:29


조원희. 사진제공=경남FC

조원희(경남)가 '구단 인증 짐꾼'이 됐다. 프로페셔널 포터보다 더 날쌘 움직임은 구단 직원도 몰라볼 정도였다. 사연은 이렇다.

2월 12일 당시 중국 우한 소속이었던 조원희는 한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하이 원희!"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경남으로 이적한 스토야노비치였다. 스토야노비치는 "14일 한국으로 들어가니 공항으로 마중 나와달라"고 했다. 느닷없는 전화에 조원희는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둘은 막šœ한 사이였다. 지난해 여름 스토야노비치는 '세르비아 득점왕'으로 우한으로 이적했다. 조원희는 당시 우한 내에서 유일하게 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었다. 스토야노비치는 조원희를 형처럼 짜르며 금새 친해졌다.

둘 사이를 더욱 단단하게 한 것은 '고난'이었다. 세르비아 출신 감독이 시즌 중 경질되면서 스토야노비치는 출전 횟수가 현저히 줄어 들었다. 조원희 역시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불안한 현실에서 둘은 서로를 다독이며 지난해 후반기를 버텨내야 했다.

"스토야노비치가 경남에 입단하기 위해 입국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는 조원희는 "힘든 시기를 같이 보냈던 친구가 고국의 프로팀으로 온다기에 너무 반가워 두 말 없이 공항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원희는 인천공항에서 스토야노비치의 '짐꾼'으로 나섰다. 공항 입국장에서 스토야노비치를 만난 조원희는 잠깐의 인사 후 곧바로 스토야노비치는 물론 함께 입국한 보산치치와 스레텐의 짐까지 챙겨 자신의 차로 이동했다. 얼마나 신속하게(?) 짐을 날랐던지 이날 마중을 나갔던 경남의 관계자가 조원희를 몰라보고 "어디서 나오셨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하나의 복선이었다. 스토야노비치를 마중했던 날로부터 1주일 후, 다른 팀을 찾던 조원희는 에이전트로부터 경남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또한 그로부터 3일 뒤, 조원희는 경남 사무국에서 입단 현상을 벌였다.

조원희는 "인연이라는 게 진짜 있는 거 같다. 다른 팀을 찾아야 했던 저에게 생기 넘치는 얼굴로 공항 입국장을 빠져 나오던 스토야노비치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이렇게 스토야노비치와 또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될 줄을 정말 꿈에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조원희는 올 시즌 스토야노비치의 득점왕 등극 도우미로 맹활약하겠다며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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