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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바르샤, '데미첼리스'에 갈린 승부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02-19 11:08



'데미첼리스'를 빼고 논할 수 있을까. 19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 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에 0-2로 무너졌다. 두 팀의 첫 빅뱅 승부는 데미첼리스의 '퇴장+PK'의 변수에 갈렸다.

맨시티도 여느 팀과 다르지 않았다. 2차전 원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선 무조건 홈 승부를 봐야 했고, 일단은 가드부터 올렸다. 하늘색 유니폼이 중앙선 아래에 잔뜩 몰려있던 모습. EPL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 연출에 대항해 바르샤는 특유의 짧은 패스를 돌려 나간다. 전반 10분이 막 지난 시점, 패스 개수는 이미 150개에 육박했고 점유율은 70%대를 웃돌았다. 이들은 측면 공격수를 중앙으로 바짝 좁혔고, 상대 중앙 수비-미드필더 사이로 2-3명의 자원을 투입하며 기회를 엿보았다.

부지런히 밀어냈다. 콤파니는 다리를 쭉쭉 뻗으며 메시의 드리블을 견제했고, 데미첼리스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커팅에 동참했다. 이는 미드필더진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준 덕분. 페르난지뉴는 곳곳에서 볼을 끊으며 지우개를 연상시켰고, 야야 투레는 태클이 빗나갔을 때 재차 일어나 수비 태세를 갖췄다. 무리하게 덤비며 발을 넣기보다는 끝까지 따라가 상대를 몰아내던 맨시티엔 노련함이 흘렀다. 수비-미드필더의 사이 공간이 사라지자, 바르샤는 중거리 슈팅으로 활로를 모색한다.

오히려 공격이 안 됐다. 중원 싸움을 의식한 맨시티는 투톱 대신 네그레도 원톱에 실바를 받쳤는데, 부스케츠와의 경합에서 마법을 부리려던 계산이 먹혀들지 않았다. 수비 진영에서 뻗는 패스가 부정확했고, 아래로 내려온 공격진이 전환 과정에서의 요충지를 선점하지 못한 탓. 네그레도를 향해 때려 넣으려는 작업은 확실히 단조로웠다. 부스케츠와 피케의 높이는 만만한 게 아니었고, 수비 위치 선정이나 전환 속도가 좋았던 상대에게 둘러싸이길 반복했다. 게다가 나바스와 콜라로프의 측면까지 닫히며 결정적인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수비하는 맨시티, 볼 돌리는 바르샤. 두 팀의 균형을 산산조각낸 건 후반 7분에 나온 데미첼리스의 퇴장이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보냈을 때 뒷공간은 항상 부담스럽기 마련이고, 그 주인공이 메시라면 더 논할 게 없다. 주심이 쓰러진 나바스를 지나쳤고, 메시가 넘어진 위치는 논란을 남길 법했는데(바르샤도 완벽한 온사이드 상황에서 오심으로 골을 놓쳤다), 결과적으로 이는 맨시티를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티키타카를 틀어막느라 평소와는 달리 수비 옷을 입고 죽기 살기로 뛰었는데,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30분 이상을 더 버텨야 한다는 건 끔찍했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변화를 택해야 했다. 4-4-1 전형을 꾸려 콜라로프 대신 레스콧, 나바스 대신 나스리를 넣어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패스의 전진은 더 어려워졌고, 바르샤의 무자비한 공략법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중앙에서 볼을 돌리며 전형을 좁혔다가, 횡패스를 통해 측면을 벌려 치고 달리는 방식. 왼쪽으로 옮겨간 실바는 알베스를 잡기 위해 계속해서 내려와야 했고, 다시 공격으로 올라서는 데 한계를 보였다. 측면에 시야가 한정된 맨시티 수비는 크로스를 향해 쇄도하는 바르샤 공격진을 잡아내기 어려웠다.

페널티박스 안을 허용하지 않았던 맨시티가 슬슬 헐거워졌다. 어떻게 해서든 버텨야 했던 시간대에 바르샤는 또 한 번 일을 냈다. 레스콧이 측면으로 나오면서 노출한 공백을 클리쉬나 페르난지뉴가 커버해야 했지만, 맨시티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이전 슈팅이 골 포스트를 벗어났던 알베스는 슈팅 각도에 모험을 거는 대신 조하트의 다리 사이를 노리며 방점을 찍었다. 홈에서의 0-2 패배,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 다만 '캄 노우'에서의 2차전이 남았을 뿐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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