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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전설'의 시작, 제로톱이 다시 뜬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2-16 10:29


◇포항 선수단이 15일 전남 고흥의 박지성기념경기장 연습구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고흥=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모두가 위기를 말했다.

우승은 했지만, 얻은 게 없다. 타이틀은 빛이 바랬다. 클래식과 FA컵을 동시에 치켜 들었지만, 찬바람만 쌩쌩 불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전력이 더 약화됐다. 여파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1월 해외 전지훈련에서 치른 연습경기 결과는 지난해보다 나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포항이 제로톱 카드를 다시 꺼내든다. 황 감독은 "원톱 자원이 부족하다. 1년 내내 원톱 전술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술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제로톱을 활용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포항은 지난해에도 간간이 제로톱을 활용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원톱 전술의 보조재였다. 올해는 무게의 변화를 줄 생각이다.

여건이 그렇다. 포항은 15일 우석대와의 연습경기서 공격수 배천석이 왼쪽 중지 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했다. 상대 선수와 볼 경합 중 착지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밟힌 게 화근이었다. 골절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치료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항이 활용할 수 있는 원톱 자원은 고무열 이진석 유창현 정도다. 하지만 고무열과 유창현은 인사이드 포워드 경향이 강하고, 이진석은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한다. 하지만 2선에는 고무열 유창현을 비롯해 조찬호 김승대 이명주 문창진 이광훈 이광혁 등 자원이 넘쳐난다. 이들 모두 전술 수행 능력 뿐만 아니라 개인 기량이 출중한데다, 멀티 포지션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황 감독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제로톱은 '메이드 인 포항'의 서막을 올린 작품이다. 2012년 전반기 초반 부진을 보이며 무너져 가던 팀을 살린 기폭제이기도 하다. 조직력과 스피드에 기반한 빠른 패스와 쉼없이 수비라인을 두들기는 2선은 FA컵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기세는 지난해 클래식과 FA컵 '더블(2관왕)'까지 이어졌다. 오랜기간 연마한 무기인 만큼 선수들 모두 전술 이해가 빠르고 힘도 그만큼 좋다는 게 황 감독의 판단이다. 이미 두 시즌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전략은 노출됐다. 하지만 제로톱으로 나서는 주축 선수들은 끊임없이 변화한 만큼, 색깔도 다르다.

황 감독은 올 시즌에도 제로톱을 앞세워 전반기에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3월 초 태국 원정(부리람전)이 걱정이다. 비행 연결편이 맞지 않아 버스로 5~6시간 이동을 해야 한다. 원정 전후로 치르는 리그 경기 여파를 최소화 해야 한다"면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으로 인한 리그 휴식기 전까지 17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서 얼만큼의 승률을 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수'에 나서는 ACL을 향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크다. 황 감독은 2012~2013년 ACL에서 2년 연속 본선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지도자 입문 후 가장 큰 목표였던 ACL이었던 만큼 속도 더 쓰렸다. 올해 만큼은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졌다. 세레소 오사카(일본) 산둥 루넝(중국) 뿐만 아니라 부리람 조차 전력 보강을 많이 했다. 비디오를 구해 보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두 번이나 넘어지면서 나나 선수들 모두 배운 것도 많다. 올해는 꼭 좋은 성과를 올리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고흥=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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