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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 김신욱 MVP "올해 모든 순간이 감동"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12-03 16:32 | 최종수정 2013-12-04 07:28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MVP에 선정된 울산 김신욱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홍은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2.03/

"내가 (결승전에서) 뛰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패배의 순간까지 같이 못해 아쉽다."

그는 겸손했다. 패배를 인정할 줄 알았다. 승자를 축하해 줄 줄도 알았다. 우승컵이 날아가는 순간을 지켜볼 수 밖에 없던 포항과의 최종전. 하지만 그는 승리자다. '김신욱 천하'가 열렸다.

김신욱(울산)이 3일 서울 홍은동에서 열린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시상식에서 MVP(최우수선수)와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 '팬타스틱 플레이어' 등 3관왕에 등극했다. 올시즌 19호골을 터트린 김신욱은 MVP 부문에서 유효표 113표 중 90표(79.6%)를 획득, 이명주(포항·12표)와 하대성(서울·11표)을 따돌렸다.

김신욱은 2009년 K-리그 드래프트 울산 1순위로 프로선수가 됐다. 그러나 그가 걸어야 할 길은 순탄치 않았다. 김호곤 울산 감독의 권유로 포지션을 바꿔야 했다. 중앙수비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당시 느렸고, 헤딩력도 떨어졌다. 공격수가 체질이 아닌 듯했다. 그러나 김신욱이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김신욱은 남들보다 두 배의 땀을 흘렸다. 매시즌 공격력이 향상됐다. 2009년 프로 첫 해 7골(27경기)을 넣더니 2010년 10골(33경기), 2011년 19골(41경기)을 기록했다. 지난시즌에는 13골(35경기)을 터뜨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무려 6골을 폭발시키며 팀이 아시아를 품는데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포지션 변경은 성공이었다. 김신욱은 프로 데뷔 이후 4년 만에 울산 뿐만 아니라 한국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올시즌 김신욱에게 K-리그는 좁아보였다. 상대 수비수는 김신욱 앞에서 '눈 뜬 장님'이었다. 알고도 당했다. '탈아시아급 헤딩'을 통한 김신욱의 고공 플레이는 '단순함의 미학'이었다. 그의 온몸은 득점 무기였다. 계속 자라고 있는 1m97.5의 큰 키를 이용해 머리로 8골을 터뜨렸다. '발도 되는 선수'라는 것도 증명했다. 오른발로 10골, 왼발로 1골을 넣었다. 골 순도도 여느 스트라이커보다 높았다. 19골 중 페널티킥 득점은 1개 뿐이다. 모두 필드 골이었다. 게다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던 시즌 막판 골을 몰아쳤다. 최근 7경기에서 4골을 폭발시켰다. 서울, 수원, 전북 등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만들어낸 골이라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신욱은 "10월 30일 서울전에서 터뜨린 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경기 연속골의 방점을 찍은 골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동안 김신욱의 축구 키워드는 '발전'이었다. 그간 노력의 대가가 빛을 발했다. 이번 시즌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신욱은 평소 축구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외부 연락을 모두 차단하고, 단점 극복 방법을 찾는다. 무엇보다 올해 3월부터 개인 트레이너(이창현씨)를 고용해 철저하게 몸 관리를 했다. 팀 훈련을 제외하고 하루에 3시간씩 따로 훈련했다. '노력하는 선수'의 표본이다.

만개한 기량은 김호곤 감독의 믿음 덕분이다. 김 감독은 김신욱에게 강한 신뢰를 보였다. 김신욱이 8월 울산과 3년 재계약하자 '애제자'를 더 챙겼다. 김신욱은 김 감독의 주문으로 9월부터 특별 훈련에 돌입했다. 일본 출신 도이자키 코이치 피지컬 코치와 함께 유연성, 점프력, 순발력 훈련을 1시간 30분 정도 따로 소화했다. 효과는 100점 만점이었다. 신체 밸런스의 안정은 김신욱의 진화를 빠르게 도왔다. 김신욱은 "K-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대표팀에서 더 노력할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K-리그 우승과 득점왕을 놓친 것은 진한 아쉬움이다. 이 아픔은 K-리그 MVP 수상으로 보상받았다. 김신욱은 "이 상(MVP)은 많은 분들이 선물해주셨다. 올해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며 "나의 축구가 얼마나 발전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처음을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전했다. 2013년은 김신욱이 많은 것을 얻은 해였다. 그는 "일각에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이뤘다'고 하지만 큰 도움을 받은 시즌이었다. 김 감독님과 최고의 선수들이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춰줬다"고 했다.


'김신욱 천하'는 이제부터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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