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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뜬다]'황볼트' 황일수, 훈련 후 영어학원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8-23 08:37


황일수가 외국인 강사 앨런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FC

황일수(25)는 대구FC의 스타다. 빠른 발과 묵직한 슈팅 능력을 갖춘 측면 공격수다. 대구와 K-리그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는 '황볼트'라 불린다. 100m를 11초대 초반에 주파하는 빠른 발이 흡사 '우사인 볼트'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다. 황일수는 2010년 대구에 입단, 121경기서 18골-18도움을 올렸다. 현재는 대구표 제로톱의 한 축이다. 빠른 발과 개인기 그리고 날카로운 크로스로 대구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런 황일수가 최근 영어에 꽂혔다. 매주 화, 수, 목 저녁에는 어김없이 숙소 근처 영어 학원을 찾는다. 1시간씩 외국인 강사 앨런(Allen), 팀동료 김귀현과 함께 영어로 떠든다. 웃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짜기도 한다.

황일수가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따지고 보니까 하루에 팀훈련과 개인 훈련 시간을 합쳐도 2~3시간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 외의 시간에 다른 선수들처럼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는 등 의미없이 보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심각한 생각이 들었다. 프로 생활이라는 것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부상이나 기량 저하, 팀 적응 실패 등 이유는 많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축구만 해온 삶이었다. 갑자기 자기 삶에서 축구가 없어진다면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었다. 축구 선수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는 낙제점이었다.


황일수가 강원과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FC
훈련 외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을 배워보기로 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외국어'였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은퇴 후에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외국어였다. 영어 정복에 나섰다. 무작정 숙소 근처 학원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엉망이었다. 앨런이 하는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단어 몇개를 듣고 무슨 말을 하는지 짜맞추었다. 중간중간 한국어와 콩글리시를 써가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주눅들지 않았다. 무작정 앨런을 따라했다. 뭐든지 말하고자 했다. 6개월이 지나니 앨런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있었다. 겨울철 터키 전지훈련에서는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외국 선수들과 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때마침 가나-영국 이중국적의 데릭 아사모아가 팀에 들어왔다. 영어를 쓰는 아사모아의 말이 신기하게 다 들렸다.

한국으로 돌아온 황일수는 팀동료이자 룸메이트인 김귀현과 함께 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일단은 아사모아의 '비공식 통역관'이 되는 것이다. 현재는 일상 대화를 하는 수준이다. 올 시즌이 끝날 때 즈음이면 더욱 깊숙한 대화를 하고 우정을 나누고 싶다.

더 큰 목표는 실전에서 영어를 쓰는 것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 뛰는 만큼 A대표팀에 대한 욕심이 있다. 황일수는 "A매치에 나가 후회없는 한 판을 한 뒤 상대편 선수와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영어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욱 피나는 노력을 해 해외 진출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며 "오늘도 그 꿈을 위해 운동과 영어를 함께 갈고 닦겠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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