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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성남의 K-리그 16라운드에서 나온 '황당골'과 '매너골'이 애꿎은 피해자들만 만들어냈다.
성남이 2-1로 앞선 후반 32분에 상황이 발생했다. 성남 수비수가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성남이 공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이 상황에서는 전북이 다시 성남에게 볼을 건네주는 것이 축구계의 불문율이자, 예의다. 전북의 권경원으로부터 드로인을 받은 이동국이 오른발로 성남 골키퍼에게 공을 건네줬다. 그런데 여기서 눈을 의심한만한 일이 벌어졌다. 골키퍼 전상욱이 전진한 사이 이동국의 패스가 키를 넘어갔고, 골로 연결됐다. 주심은 이동국의 득점을 인정했다. 2-2 동점이 됐다.
최대의 피해자는 '베테랑 골키퍼' 최은성이다. 전북이 '매너 자책골'로 승부를 원상태로 돌려 놓기로 한 상황에서 최은성이 총대를 맺다. 하프라인에서 이동국이 롱 패스를 하자 최은성이 공을 잡았다. 항상 자신의 골문을 등지고 서있던 최은성이 골대와 마주했다. 오른발을 들어 슈팅을 하는 순간 그는 한 번 멈짓했다. 이어 주위를 한 번 둘러 본 뒤 공을 발로 밀어 넣었다. 자존심 이상으로 지키고 싶은게 자신의 골대인데 자책골을 넣어야 하는 심정은 어땠을까. 프로통산 507경기만에 첫 골을 자책골로 기록한 최은성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
그러나 팬들은 그이 아픔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전북 팬들을 비롯해 성남 팬들이 모두 일어서 최은성을 향해 기립 박수를 쳤다. 그의 자책 결승골로 성남이 3대2의 승리를 거뒀지만 이날 경기의 최대 피해자이자 최고의 히어로는 누가 뭐래도 최은성이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