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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말한 '한국형 전술'의 실체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6-26 15:45 | 최종수정 2013-06-27 08:31


◇홍명보 감독의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취임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홍 감독이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 2011년 11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한국형 전술로 브라질월드컵에 도전하고 싶다."

홍명보 신임 A대표팀 감독이 제시한 흥미로운 화두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주류에 편입하기 위한 세계화 작업을 이어갔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유행하던 압박축구로 4강 신화를 달성했고, 조광래 감독은 '최강' 스페인의 패싱축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홍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처음으로 '한국형 전술'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페인, 독일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경쟁력있는 전술로 다가오는 월드컵에 준비할 생각이다"고 자신이 펼칠 축구에 대해 공개했다.

홍 감독은 "국민들도, 선수들도 눈높이가 높아졌다. 얼마만큼 좋은 축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세계를 겨냥해서 나가는 팀이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잘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경기를 할 지는 우리 책임이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한 질적인 성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해법이 바로 '한국형 축구'다. 그렇다면 홍 감독이 말한 '한국형 축구'의 실체는 무엇일까. 홍 감독의 기자회견과 동메달 신화를 달성한 2012년 런던올림픽 속에 '한국형 축구'의 힌트가 있다.

한국형 축구의 첫번째 키워드는 압박이다. 홍 감독은 "나는 콤팩트한 축구를 원한다. 우리 선수들의 근면성, 성실성, 팀을 위한 희생정신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전술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근면성과 성실성, 희생정신은 기동력, 조직력, 정신력과 일맥상통하는 단어다. 이를 강조한 전술은 바로 압박축구다. 현대축구가 탈압박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완성도 높은 압박축구를 깨기란 쉽지 않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을 통해 한국식 압박축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은 압박이 용이한 네덜란드식 3-4-3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런던올림픽에서 4-2-3-1 시스템을 내세운 홍 감독은 과감한 압박속에서도 4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축구를 강조했다. 홍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역시 좋은 지도자 밑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그 때와 지금은 전술적으로 포메이션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어느 위치부터 압박을 해야하는지. 어느 위치에서 컴팩트하게 대형을 유지해야 하는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형 축구의 두번째 키워드는 점유율이다. 홍 감독은 한국선수의 특징에 대해 흥미로운 부분을 지적했다. "한국 선수들의 특징인데 우리 선수들은 굉장히 공을 잘 뺏는다. 그러나 동시에 잘 뺏긴다." 그는 이부분을 주목하며 "그 사이의 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최대한 공을 유지한 채 경기를 하겠다는 뜻이다. 홍 감독은 이미 이러한 축구를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줬다. 수비의 김영권(광저우), 허리의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기성용(스완지시티), 최전방의 박주영(셀타비고)이 뼈대를 이뤘다. 이들의 장점은 상대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키핑력이었다. 멕시코, 영국, 브라질 등과 같은 강호를 상대로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인 것은 볼을 점유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조직력을 유지하면서 볼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는 공격이 곧 수비인 것 같은 움직임과 기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런던올림픽의 진화형'이 새로운 한국축구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제는 세계화를 위해 탈아시아를 해야 한다. 세계 어떤 팀과 경기를 하더라도 꾸준한 경기를 할 수 있는 한국만의 축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대표팀 감독 홍명보가 만들어갈 새로운 '한국형 축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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