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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호가 보여준 투지, 조직력, 이게 바로 한국축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6-23 10:09 | 최종수정 2013-06-24 09:02


2013 터키 U-20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이광종 감독이 12일 파주 NFC에서 늠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 터키 U-20 월드컵은 오는 6.21부터 7.13일까지 터키에서 열린다. 파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12/

같은 포메이션을 써도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축구가 재밌는 이유다.

독일은 견고하고, 브라질은 자유분방하다. 스페인은 아기자기하고, 이탈리아는 단단하다.

한국 축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이 있었다. 빠르고, 끊임없이 뛰며, 포기를 모르는 축구가 바로 한국축구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신화는 이러한 한국축구의 색깔을 세련되게 극대화시킨 결과였다. 그러나 한국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통해 특유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도, 활발한 기동력도, 터질 듯한 투지도 실종됐다.

이광종호가 한국축구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각)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B조 첫경기에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7분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후 투지를 발휘하며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쿠바 선수들의 신장은 어마어마 했다. 한국의 선수들이 꼬마로 보일 정도였다. 쿠바는 흑인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스피드 경쟁에서도 앞섰다. 그러나 리틀 태극전사들에게는 조직력과 기동력,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가 있었다. 초반 선제골을 내주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딛고 경기를 지배했다. 상대가 볼을 잡으면 2~3명이 최전방부터 과감하게 압박에 나섰다. 지칠법도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쿠바 선수들은 당황하며 실책을 연발했다.

슈팅이 계속해서 빗나가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광종호의 선수들은 골문이 열릴때까지 때리고 또 때렸다. 골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창의적이고 유기적인 모습은 그들이 왜 스스로 조직력을 최고의 무기로 꼽는지 보여줬다. 한국의 젊은 붉은전사는 역전골 후에도 경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과감한 몸싸움으로 마지막까지 쿠바를 괴롭혔다.

물론 보완할 점도 있었다. 골결정력이 아쉬웠고, 수비 집중력도 부족했다. 세트피스에 대한 보강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광종호가 보여준 창조적인 움직임과 유기적인 패스로 이루어진 조직력은 분명 16강행의 희망가였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이끌어낸 투혼이 빛났다. A대표팀보다 이름값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이광종호의 어린 전사들이 보여준 축구가 바로 한국축구였다.

이광종호는 25일 오전 3시 쿠바전 승리의 향기가 남아 있는 카이세리에서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포르투갈과의 2차전은 16강 진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이 대회에서는 조 1, 2위까지 16강에 자동 진출하며, 각 조 3위인 6개 팀 중 4개 팀이 16강에 합류한다. 포르투갈은 유럽 19세이하 대회에서 8골을 터뜨린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나이지리아와의 첫경기에서도 '제2의 호날두'로 불리는 브루마를 앞세워 3대2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특유의 패스플레이와 과감한 압박으로 포르투갈을 잡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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