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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긍지는 땅에 떨어졌다. 수원 역사에 남을 처절한 패배였다.
선수들도 욕심만 부렸다. 완벽한 찬스에 있는 동료보다는 자신의 골을 먼저 생각했다. 터무니없는 중거리슈팅으로 기회를 날렸다. 반전의 기회도 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페널티킥을 얻었다. 0-1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넣으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정대세가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라돈치치가 볼을 잡고 자신이 차겠다고 몽니를 부렸다. 라돈치치는 실축하며 기회를 날렸다.
벤치의 대응 능력도 떨어졌다. 1-3으로 지고 있던 후반 20분이었다. 정대세가 페널티킥을 얻었다. 벤치는 정대세에게 킥을 지시했다. 정대세로서는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혔다. 정대세의 슈팅은 하늘로 향했다. 후반 막판 수원은 다시 페널티킥을 얻었다. 이번에도 벤치는 정대세에게 킥을 하라고 했다. 이미 한 번 실축한 선수에게 다시 차라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정대세의 표정도 울상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축이었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수원은 2무1패(승점2)를 기록하며 조3위로 내려앉았다. 가시와는 3연승(승점9)을 달리며 조1위를 공고히 했다. 귀저우를 2대1로 잡은 센트럴코스트(호주)가 1승1무1패(승점4)로 2위에 올랐다.
한편 전북 현대가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해결사는 ACL 통산 최다득점자로 등극한 이동국이었다. 전북은 같은 시각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라와와의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3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6분만에 선제골을 허용했던 전북은 후반에 이동국-케빈 투톱을 가동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6분 만에 이동국의 패스를 받은 이승기가 동점골을 쐈고, 후반 19분에는 이동국이 헤딩으로 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25분에는 이동국의 골을 도왔던 에닝요가 중거리 슈팅으로 쐐기골을 기록하며 3대1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1골을 넣은 이동국은 ACL 통산 19호골로 최다득점 1위에 등극했다.
하성룡 수원=이 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