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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프로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상주 상무는 매시즌 개막에 앞서 고민에 빠졌다. 팀 공격을 이끌 공격수의 부재에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봤다. 2011년은 포지션 파괴가 대성공을 거뒀다.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31·전북)를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26경기에 출전해 18골을 쓸어 담았다. 김정우는 '뼈트라이커'라는 별명을 얻으며 2011년 K-리그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김정우가 전역한 뒤 상주는 같은 고민에 빠졌다. 2012년 시즌 중인 7월, 공격수 이상협(27)을 입대시켰지만 무게감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신병 모집 당시 박 감독이 가장 공을 들였던 이들이 하태균과 이상호였다. 이근호(28)와 함께 상주의 공격을 이끌어줄 적임자로 수원의 공격라인을 점 찍었다. 상무 입대 제한 나이까지 여유가 있던 하태균과 이상호는 고민을 거듭했다. 하태균은 "수원에서 더 자리를 잡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상주가 2부리그에서 뛴다는 것도 고민이 됐다"고 했다. 이상호는 형인 이상돈(28)과의 동반 입대를 ?c꿨다. 그러나 이상돈이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재차 고민했다. 이상호는 "형이랑 같이 입대하고 싶었는데 탈락하는 바람에 경찰청 동반 입대를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입대 전까지도 결정을 하지 못하다가 가족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이 이들을 상무로 이끌었다. 하태균은 "수원에서 외국인 공격수에 밀려서 계속 맴돌다보니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했다"고 밝혔다. 이상호는 "형은 형이고 나는 나다. 가족회의 끝에 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5주간 훈련소 교육을 받으며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얻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하태균은 "훈련소에 다녀와서 남자가 된 것 같다. 장시간 축구 이외에 걸어볼 시간이 없었는데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축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했고 이상호는 "나도 모르게 철이 든 것 같다.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잡념을 털어버렸더니 축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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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이 영입에 공을 들인만큼 하태균-이상호에 거는 기대는 크다. 상주의 공격을 일선에서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태균은 "감독님과 면담해도 공격에 대한 말만 하신다. 다른 것말고 골만 넣으라고 하셨다. 올해 두 자릿수 득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20~30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이상호 역시 박 감독과의 면담에서 "15골을 넣겠다"고 약속했다. 수원 출신 '듀오'가 목표만 달성한다면 시즌 30~40골을 합작할 수 있다. 박 감독이 기대하는 바다. 현대중학교 동기생인 이들은 수원에서 4시즌동안 호흡을 맞췄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 이상호는 기대가 컸다. "내가 어시스트해주면 태균이가 많이 넣으면 된다. 중학교랑 청소년대표팀, 수원에서 함께 뛰어서 호흡은 신경 안써도 될 것 같다." 하태균은 "상호랑 득점을 합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골 넣을 때마다 세리머니 엄청 했었다. 이번에도 같이 골을 만들자"고 화답했다.
수원 출신 답게 가장 기대가 되는 경기로 수원전을 꼽았다. 먼저 2부리그의 벽을 넘어야 한다. 상주가 수원과 대결을 하기 위해서는 올시즌 K-리그에서 우승한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해야 한다. 꿈이 있기에 뛸 힘이 생겼다. 하태균과 이상호는 상주의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 입성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태균은 "수원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드리고 싶다. 수원을 만나면 더 열심히 뛰고 싶다. 팬들에게 꼭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상호는 "제대 후 수원에서 뛰려면 2년간 군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내년에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해서 꼭 빅버드에서 뛰고 싶다.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