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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떠난 제자 향한 마지막 외침 "떠나도 제자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1-22 21:01 | 최종수정 2013-01-23 08:00


인천 김봉길 감독.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괌 전지훈련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김봉길 인천 감독. 17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괌에서 보낸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괌 전지훈련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이다. 겨울 휴식기 동안 떨어진 체력을 따뜻한 괌에서 끌어올리는데 매진해야 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팀의 주축 선수인 중앙 수비수 정인환(27)과 오른쪽 윙백 이규로(25) 수비형 미드필더 정 혁(27)이 그의 곁을 떠났다. 이들 세 명은 괌 전지훈련 중 귀국해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전북은 22일 정인환과 이규로, 정 혁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2월까지만해도 인천은 정인환의 잔류에 전력을 쏟았다. 인천의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 감독 역시 정인환의 잔류를 구단에 강력하게 요청했다. 그러나 구단과 선수간 연봉에 대한 의견차가 컸고 정인환도 전북행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2013년 말까지 계약돼 있는 정 혁과 이규로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 전에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에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22일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김 감독의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했다. "갈 선수가 가고 올 선수가 왔다." 괌에서 생긴 변화를 한 마디로 표현했다. 인천은 전남에서 중앙 수비수 안재준(27) 공격수 한재웅(29)을 영입했고 FC서울의 골키퍼 조수혁(26)에게 인천 유니폼을 입혔다. 떠난 선수의 공백은 새로 합류한 선수로 메웠다. 그런데 떠난 이들이 남긴 마음의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 듯 했다. 김 감독은 "세 명의 선수와 계약 문제에서 난항을 겪었다. 계약이 안되니 잡을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괌에서 이들과 보낸 마지막 날, 김 감독은 "좋은 팀에서 부상 없이 뛰어라"며 짧게 이별을 고했다. 제자들을 떠나보내기로 한 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한 때 사제의 연을 맺었던 이들을 위해 마지막 덕담도 잊지 않았다. "프로의 세계지만 떠나가도 제자다. 세 명 모두 성실한 애들이다. 자기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잘 해줬다. 지난해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특히 인환이는 인천에서 패싱력의 세밀함이 좋아졌다. 지금보다 전북에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인환이가 개인적으로 서운한 감정도 있겠지만 구단의 입장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상대편으로 만나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인천은 세 명을 내보내고 새로 영입하며 선수단 구성을 대부분 마쳤다. 용병 2~3명의 영입만을 남겨둔 가운데 33~34명으로 2013시즌을 준비한다. 24일부터 목포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김 감독은 "구단 전력에 맞게 (스플릿시스템) 상위리그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세 선수가 떠났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충분히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 괌에서 몸만들기를 했으니 목포에서 전술과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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