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낭보다. 한국 축구의 대명사 '양박(박지성-박주영)쌍용(이청용-기성용)'이 모두 이름값을 했다.
박지성(32·QPR·퀸즈파크레인저스)은 선발로 복귀했고, 이청용(25·볼턴)은 시즌 5호골을 터트렸다. 박주영(28·셀타비고)과 기성용(24·스완지시티)도 도움으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맏형' 박지성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는 6일 새벽(이하 한국시) 웨스트브로미치와의 2012~2013시즌 잉글랜드 FA컵 64강전(1대1 무)에서 선발로 그라운드에 섰다. 지난해 10월 22일 에버턴전(1대1 무) 이후 76일 만이다. 풀타임을 소화한 박지성은 무릎 부상에 대한 우려를 날렸다. 특유의 폭넓은 움직임이 돋보였다. 수차례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비록 주장 완장은 차지 않았지만 그는 축구 전문 사이트 골닷컴으로부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골닷컴은 '박지성이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를 펼치며 부상에서 복귀했다. 부지런함과 끈질김을 보여줬다. 경기 내내 전투적으로 임했다. 그라네로가 교체된 후에는 경기장을 더욱 넓게 이용하며 깊이있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호평했다.
같은 시각, 이청용은 FA컵 64강전 선덜랜드와의 홈경기에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계사년 유럽파 첫 축포를 터트렸다. 전반 12분이었다.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의 패스 미스를 쏜살같이 가로채 곧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골문을 갈랐다. 선덜랜드는 올시즌 처음 맞닥뜨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이었다. 그는 2011년 7월 31일 웨일스 뉴포트카운티와의 프리시즌에서 오른 정강이 하단 3분의 1지점의 경골과 비골이 골절됐다. 지난해 5월, 9개월여 만에 복귀했지만 운명은 가혹했다. 볼턴은 이청용의 공백을 실감하며 끝내 2부로 강등됐다. 승점 2점이 부족했다.
최상의 흐름이다. 그는 2012년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4호골을 터트렸다. 지난달 30일 버밍엄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팀의 3대1 완승을 이끌었다. 5호골은 2009년 볼턴으로 이적한 이청용의 한 시즌 최다골 타이 기록이다. 그는 2009~2010시즌 5골-8도움을 기록, 볼턴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시즌 최다골 달성은 이제 시간 문제다.
이날 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박주영은 보름 간의 달콤한 휴가가 끝이 났다. 선발로 돌아왔다. 상대는 레알 바야돌리드(3대1 승), 스페인 진출 후 첫 도움을 기록했다. 2-1로 앞선 후반 7분 알렉스 로페스의 쐐기골을 도왔다. 왼쪽 측면에서 아크 쪽으로 돌파하다 수비수에 둘러 싸이자 2선 정면에 포진한 로페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로페스는 박주영의 패스를 기가 막힌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마무리 했다. 박주영의 넓은 시야와 로페스의 강력한 슈팅이 합작해 만들어 낸 득점이었다. 박주영은 지난해 11월 29일 알메리아와의 코파델레이 이후 한 달여 만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셀타비고에서 올린 공격포인트는 4개(3골-1도움)로 늘어났다.
대미는 기성용이 장식했다. 아스널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2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극적인 도움이었다. 1-2로 뒤진 후반 42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그래엄에게 침착하게 볼을 연결했고, 아스널의 골문이 열렸다. 경기는 2대2로 막을 내렸다. 3경기 만에 선발 출전, 풀타임 활약한 기성용은 2일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2경기 연속 명승부를 연출했다.
'양박쌍용'은 한국 축구의 환희였다. 대표팀에서 환상호흡을 자랑했다. 이들의 동반 활약에 한국 축구도 다소 숨통이 트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