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 감독.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13/
"2013년에는 다시 큰 일을 내고 싶다.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박경훈 제주 감독이 당찬 새해 포부를 밝혔다. 박 감독은 입버릇처럼 '2013년은 승부의 해'라고 밝혔다. 2013년은 박 감독의 네번째 시즌이다.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듬해에는 9위, 지난해에는 6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박 감독은 "2012시즌에는 아쉽게도 우리가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며 "2010년 90점이었다면 2011년에는 50점, 지난해에는 70점"이라며 반성했다. 그러나 그는 "삼세판이란 말도 있듯이 지난 3년을 발판 삼아 올해 다시 큰일을 내고 싶다"고 했다.
이미 밑그림은 그렸다. 광주의 스트라이커 박기동 영입이 확정되면 공격진을 새롭게 짠다. 당초 제주는 최전방에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할 계획이었다. 서동현이 12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호벨치와 마르케스 두 브라질출신 스트라이커가 부진을 거듭하며 연거푸 퇴출됐다. 박경훈 감독은 외국인 스트라이커를 데려와 공격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스트라이커를 돕기 위해 측면에서도 뛸 수 있는 김동섭과 공격력이 뛰어난 윤빛가람(이상 성남)을 영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박 감독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외국인 공격수를 살펴보기 위해 독일과 크로아티아로 떠났다. 그러나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 사이 김동섭은 성남으로 이적했고, 윤빛가람은 이적료에서 이견이 있었다.
제주는 박기동으로 눈을 돌렸다. 부활한 서동현과 함께 최전방을 국내파로만 꾸리기로 했다. 박 감독은 "꾸준히 박기동을 지켜봤다. 서동현과는 다른 타입이다. 서동현이 침투에 능한 선수라면, 박기동은 다방면에서 능한 공격수다. 수준급 국내 공격수를 보유하며 함께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박기동의 영입으로 외국인 선수는 측면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영입할 생각이다"고 했다. 박 감독의 구상대로라면 최전방은 국내 선수가, 그 밑을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외국인 선수가 기용될 전망이다.
변수는 산토스-자일의 재계약 여부다. 올시즌 산토스는 14골-11도움(25 공격포인트)을, 자일은 18골-9도움을 기록했다. 서울의 데몰리션(데얀-몰리나)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두 선수는 큰 폭의 연봉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산토스와 자일은 내년 계약이 끝이 난다. 박 감독은 "구단 사정상 두 선수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 한명이라도 잡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일보다는 산토스 잔류쪽에 무게가 실린다. 중앙을 선호하는 산토스와 짝을 지을 측면 공격수가 필요하다는게 박 감독의 생각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 정도를 제외하면 빅네임 영입은 없을 전망이다. 박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몇몇 트레이드를 통한 보강을 제외하고는 큰 영입은 없을 것이다"고 했다. 기존 선수들을 믿겠다는 뜻이다. 제주는 2011년과 2012년 스쿼드를 큰 폭으로 바꾸며 실험을 계속했다. 2013년은 다르다. 박 감독은 "지난해 수비쪽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았다. 새롭게 가세하는 선수들과의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2013년 할 만 하다"고 했다. 특히 수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주는 지난시즌 괜찮은 득점력을 보였지만, 수비가 무너지며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수확도 있다. 오반석 한용수 등 신예수비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박 감독은 "내년 시즌 주목할 부분이 신예 수비수들이 성장한 수비다. 지난 시즌 도중 부상으로 빠진 홍정호가 4~5월께 복귀하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박 감독은 "팬들에게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경기로 보답하겠다"며 "아시아무대에 다시 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는 리그 종료 후 한 달간의 휴식을 마치고 4일 오전에 소집돼 훈련에 들어간다. 이달 말에는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나 담금질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