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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가 된 김봉길감독, "목표는 한자릿수 순위"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2-10-19 08:24 | 최종수정 2012-10-19 08:24


인천 김봉길 감독.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가장 힘든 건 선수들 동기부여죠. 특별한 게 없잖아요. 그래서 그랬죠. 한자릿수 순위만 하자고."

말 그대로다. 동기부여를 할 게 없다. 자칫 목적없이 뛸 수 있다. 그룹B 선두권의 사정이다.

인천 김봉길 감독은 더 그렇다. 현재 전체 9위다. 그룹B에서는 선두다.

13승12무10패, 승점 51이다. 10위 대구(12승11무12패·승점 47)와는 승점 4차이다. 일단 강등권과는 거리가 멀다. 강등이 결정된 상주를 뺀 최하위(15위) 강원(8승2무22패·승점 29)과 차이가 크다. '안심권'이다.

이럴 경우가 문제다. 그룹B의 최대목표는 강등권 탈출이다. 이 목표의식이 희미해진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격려하려면 뭔가 보이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뚜렷하게 내세울 게 없어서 한자릿수 순위를 목표로 하자고 했죠"라고 했다. 한자릿수 순위, 9위다. 지금의 자리를 지키자는 것이다. 사실 그룹B에서 그 이상의 목표는 없다.

현재 전력과 분위기를 보자. 어렵지 않다. 최근 11경기 무패행진 중이다. 8승3무다. 2007년 이후 구단 최다무패 기록과 동률이다. 김 감독은 "솔직히 기록에 신경이 쓰이죠. 다음 전남 원정경기에서 그 기록을 넘어서고 싶습니다"라고 욕심을 부린다. 그럴만 하다. 한편에서는 "그룹A에 끼여도 손색없는 경기력"이라고 평가한다. 그런 인천이다. 9위는 당연한 자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심을 경계한다. "한번은 위기가 올겁니다. 그 때 선수들과 함께 잘 이겨나가야죠"라며 조심스럽다.

돌이켜보면, 이런 '호사'(?)는 생각도 못했다. 시즌초 최하위권에서 맴돌던 인천이다. 급기야 허정무 전 감독이 경질됐다. 대행으로 김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힘겨운 나날이었다. 1승을 거두기가 '하늘에서 별따기' 같았다. 부담이 어깨를 짖눌렀다. 주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이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주변에서 말렸다. 그러던 6월23일, 기다리던 첫 승을 올렸다. 상주를 1대0으로 꺾었다.

경기 뒤 김 감독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버스를 막아선 서포터스가 울음보를 자극했다. 첫 승 축하인사에 그만 눈물을 흘렸다. 이후에도 많이 울었다. 김 감독은 "올해 참 많이 운 것 같아요. 그만큼 힘들었지만 느낀 게 많고 뜻깊은 시즌을 보내고 있죠"라고 했다. 웃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한단계 한단계 올라갔다. 지금은 당당한 9위다. "아 정말, 그 때는 밤잠을 못잤어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는데. 하위권에 있는 감독님들 속마음을 제가 잘 압니다. 무척 힘드실거예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고민 끝', 절대 아니다. 끝이 없다. 올시즌도 그렇지만 내년이 더 큰 문제다. 시민구단의 특성상 전력강화를 꿈꾸기 힘들다. 아니, 전력약화가 걱정이다. 김 감독은 "시즌 뒤 여러 구단에서 우리 선수들을 데려가려고 할텐데 현실적으로 막을 길이 없잖아요. 가봐야 하겠지만 벌써부터 고민입니다"라고 한다. 시민구단 감독의 어쩔수 없는 한계다.

어쨌든 전력고민은 다음 일이다. 남은 9경기, 9위가 우선이다. 김 감독은 "그동안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무엇보다 고맙죠. 시즌초와는 팀도 많이 달라졌고. 남은 경기 동안 더 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팀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다짐한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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