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전의 수장이 된 전종구 대표이사의 움직임은 그런 의미에서 신선하다. 그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을 통해 젊은 팬들과 소통한다. 사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팬들을 내려보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시선에서 함께 팀의 고민을 얘기한다. 전 사장은 "아무래도 사장이 왔는데 팬들이 '이 사람은 무슨 생각하나' 궁금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내가 생각하는 축구비전들을 직접 얘기하기로 결정했다"며 계기를 밝혔다. 전 사장의 노력에 서포터스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
대전은 '사장의 무덤'으로 통했다. 15년간 11번이나 사장이 교체됐다.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난 사장도 있다. 시민구단이라는 태생 때문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논리에 의해서 흔들리기 일쑤였다. 새로운 사장이 왔다면 기대감 보다는 '그밥에 그 나물이겠지'하는 삐딱한 시선이 앞섰던게 사실이다. 전 사장은 이러한 무덤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었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공모에 의해 선출됐다. 김광희 전 사장이 최은성 재계약 문제로 사퇴하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곧바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앞세웠다. 전 사장은 사무국 팀별로 무한권한을 주며 책임감을 높였다. 투명경영을 위해 재정 투명화를 도입했다. 법인카드도 함께 공유했고, 업무추진비도 철저히 나눴다. 힘을 앞세웠던 전임 사장들과 달리 미팅을 통해 의사결정을 했다. 근 몇년간 우울한 표정을 더 많이 짓던 대전 직원들이 웃는 날이 많아졌다. 팬들과의 대화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상이다.
전 사장은 시민구단 본연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시민구단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대시민서비스가 첫번째 목적이다. 일주일에 한두번 경기장에 와서 스트레스를 풀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그게 우리 존립이유다. 그러기 위해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우겠다. 대전 출신이 선수로 활동하고 감독도 하는게 시민구단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옆집 세탁소 주인 아들이 뛴다면 더 많이 관심을 갖지 않겠나. 그래서 다른 구단에서 뛰고 있는 대전 선수들 영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최근들어 팬들과 함께 응원시 공유할 수 있는 시티즌송도 만들고, 대전월드컵경기장을 광장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전 사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물론 어려움도 많다. 특히 언론인이었던만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며 느낀 괴리감도 많다. 전 사장은 "기자 시절이었다면 비판 기사를 썼던 부분에서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주의를 둘러보는 안목도 커졌고, 그에 따른 책임감도 커졌다"고 했다.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도 호소했다. 그는 "여러가지 구상하는게 있는데 강등되면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강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모로 선출된 사장임을 강조했다. 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임을 강하게 말했다. 전 사장은 "정치에 흔들리지 않겠다. 나는 공채로 왔다. 경영을 할 줄 아는 축구전문가라고 자부한다. 구단주에 대한 예의를 지키겠지만, 누가 뭐래도 외부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임기는 이제 1년 정도 남았다. 그의 뜻을 펼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적어도 '축구특별시' 명성을 되찾기 위한 주춧돌을 세울 수 있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