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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는 없었다. 단숨에 고지를 넘어섰다. 1983년 문을 연 K-리그에 또 다른 골역사가 탄생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리더십도 일조했다. 데얀은 인천전을 앞두고 면담을 신청했다. 그의 가족은 현재 고국에 머물고 있다. 최 감독은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선수단에 3박4일간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 데얀은 몬테네그로에 다녀오겠다면 휴가 기간을 좀 더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6박7일간의 '당근'을 받았다. 100호골에 날개를 단 셈이다.
전반 36분 100호골이 터지자 수비수 김진규가 목말을 태워주며 축하해줬다. 상암벌에는 "데얀"을 연호하는 함성이 울려퍼졌다. 하프타임에는 최용수 서울 감독이 데얀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선물했다.
골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태세다. 골순도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100골 이상 기록한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최다골 주인공은 올시즌 역사를 쓴 이동국(전북·122골)이다. 이동국 외 현역에서 뛰고 있는 킬러는 김은중(강원·109골)이다. 우성용(116골) 김도훈(114골) 김현석(110골) 샤샤(104골) 윤상철(101골)은 은퇴했다. 이들 중 경기당 평균 0.5골을 넘은 선수는 없다. 김도훈이 0.44골로 가장 높고, 이동국이 0.42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데얀이 첫 주자다.
최 감독은 "어떻게 칭찬을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용병이 타국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100호골을 이룬 것은 엄청난 역사다. 본인의 노력과 땀이 거둔 결실이다. 데얀의 정신력과 동료들과의 유대관계, 경기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공격수로의 타고난 재능은 기본이다. 그는 욕심과 책임감도 넘친다. 이제는 내일이 더 중요해졌다. 초심으로 돌아가 매진하면 더 엄청난 기록을 써내려갈 것"이라고 칭찬했다.
외국인 최다골 경신은 시간문제다. 샤샤는 10시즌 동안 104골을 터트렸다. 타이 기록까지는 3골밖에 남지 않았다. 한 시즌 최다골 기록 달성도 가능하다. 2003년 김도훈의 28골이 최고 기록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이 없다. 팀당 44경기씩을 치른 후 우승팀이 결정된다. 개인 기록도 마찬가지다. 2년 연속 득점왕도 전무했다. 지난해 최고의 골잡이 우뚝 선 그는 현재 10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새 장을 위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K-리그에서의 현역 은퇴가 현실이 될 경우 이동국의 최다골 기록에도 도전할 만하다.
데얀은 새 출발을 선언했다. 그는 "누가 세운 어떤 기록이든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노력을 다해서라도 기록을 깨고 싶다. K-리그를 너무 좋아해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싶다"며 "K-리그에서 6년 만에 101골을 넣었는데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잘해서 기쁘다. 팬에게 감사하고 함께 기뻐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 모든 것이 다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