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17명. 27일 K-리그 14라운드 제주-상주전(2대1 제주 승)이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에 들어선 관중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시즌부터 관중 실집계를 도입했다. K-리그의 오랜 폐단 중 하나인 '관중수 뻥튀기'를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그 결과 대다수의 팀들의 관중수가 작년에 비해 하락했다. 희망도 있다. 지난해 홈 관중수 최하위(4498명)였던 제주가 주인공다. 제주는 올시즌 평균 6780명의 관중을 모으고 있다. 지난 12라운드 강원전에서 9330명이 들어서더니 14라운드에선 마침내 1만명을 넘어섰다.
1만명은 상징적인 숫자다. 'K-리그 흥행의 양대산맥' 서울-수원의 관중수에 비하면 분명 적지만, '축구불모지' 제주이기에 의미있는 수치다. 제주는 연고지 이전 후 준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올렸지만, 텅빈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제주 축구 열기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올시즌 들어 달라졌다. 체계적인 마케팅 계획을 앞세워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섬이라는 특수한 여건을 고려해 철저한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앞세웠다. 구단 직원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선수단을 동원해 지역민들과 스킨십 횟수를 늘렸다. 밴드를 결성해 선수가 팬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가 하면, 지역 TV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지정된 '오늘의 선수'가 경기 전후 관중과 호흡하고 음식도 쏘는 '작전명 1982'는 제주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벤치마킹 전략도 세웠다. 제주 프런트는 지난해 잠실야구장, 부산사직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 수원월드컵경기장 등 한국프로스포츠 최고 흥행구장을 방문해 다양한 이벤트들을 배웠다. 이 중 제주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이벤트를 토착화하는 작업을 착수했다. 치어리더팀 윈디걸즈의 응원, 리얼카메라를 통한 키스타임, 경기장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기구 설치 등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다. 서울, 부산 등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이벤트지만, '섬' 제주도에선 오로지 축구장에서만 볼 수 있다.
그 결과 제주월드컵경기장 자체가 하나의 놀이시설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경기 상대가 수원, 전북 같은 빅클럽인지 상주, 강원 같은 도시민구단인지에 상관없이 꾸준히 가족단위의 팬들이 방문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제주는 가족단위 팬들을 유치하기 위해 사생대회 등 어린이 대상 이벤트를 개최하고, 이를 모두 경기장 내에서 진행시켜 경기 관람을 원하는 부모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게 했다. 제주시도 이같은 구단의 노력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선수단도 홈에서는 더 강력한 공격축구로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7경기에서 14골을 터뜨렸으며, 한번도 지지 않았다(6승1무). 성적이 좋다보니 제주의 공식서포터즈 '풍백'을 중심으로 한 응원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제주의 흥행은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마케팅이 힘이다. 부산, 성남 등과 같은 팀들도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이동남 제주 마케팅 팀장은 "마케팅은 성과가 천천히 나타난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는데 올해 조금씩 그 성과가 보이는 것 같다. 일단 6월 장마철이 고비이기는 하지만, 축구장에 오면 재밌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성공적이다"고 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과 송진형은 제주월드컵경기장에 2만명과 1만5000명의 관중이 들어서면 각각 오렌지색 염색과 치어리더와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오렌지족' 박 감독과 송진형의 화려한 스텝을 그라운드에서 볼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