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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온 국민의 축제다. 퇴근 발걸음이 빨라지고, 거리는 한산함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함성과 응원의 물결이 넘쳐 흐른다. 삼삼오오 TV 앞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다.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기간에는 국내에서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결전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방송사가 단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대개 국제대회를 앞둔 중계권 협상은 발빠르게 마무리를 짓는게 대부분이다. 최종예선 1차전이 3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의 국내 중계권 판매 귄리는 스포츠마케팅사인 IB스포츠가 갖고 있다. AFC가 주관대회 중계권 판매를 마케팅대행사인 월드스포츠그룹(WSG)에 위탁했고, IB스포츠는 WSG에 국내에 한한 중계권 판매권리를 산 것이다. 지난 2005년 계약을 맺었고, 판매권리가 유지되는 기간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다. IB스포츠는 초기에 방송사 측에 최종예선 중계권 패키지 계약을 제시했다. 현재 내놓은 회당 중계권료(24억원)에 8경기를 곱한 192억원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회당 중계권 판매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현재까지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방송사 관계자는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부터 엄두도 못 낼 금액을 제시했다. 회당 중계권료도 마찬가지"라면서 "2007년 경기당 중계권료가 6억원이었는데, 5년 사이에 4배가 뛰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IB스포츠가 상식 밖에 폭리를 취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축구협회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AFC로부터 최종예선 국내 중계권 판매권리를 따낸 IB스포츠의 상업적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만큼 팔짱을 끼고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AFC에 화살을 겨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최종예선에 참가하는 10개국에도 정당한 중계권리를 배분해야 하는데, AFC는 이를 모두 쥐고 흔들려 한다"고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