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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더비' 혹평받은 박지성의 머릿속은 복잡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5-01 13:45 | 최종수정 2012-05-01 13:45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왼쪽)과 박지성. 스포츠조선DB

박지성(31)에 대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71)의 믿음은 두텁다. 2005년 여름 자신이 믿고 뽑은 선수이기도 하지만 7시즌 째 선수가 보여준 성실함을 높이 산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도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예뻐하는 이유 중 하나다. 팀 내 젊은 선수들의 본보기로 박지성을 추천할 정도다. '애제자'의 불안한 마음도 챙기는 퍼거슨 감독이다. 영국 언론들의 호들갑으로 시작되는 박지성의 '위기론'이 부상할 때마다 자신이 직접 나서 일축한다. 보답은 박지성의 몫이다. 지난시즌부터 박지성은 '퍼거슨의 소방수'였다. 팀이 부상병동으로 변해 선수 운영에 난항을 겪을 때 든든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젊은 피들을 이끌고 승리를 선물했다.

기대감은 여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1일(이하 한국시각) 165번째 '맨체스터 더비'에 박지성을 호출했다. 8경기 만에 출전이었다. 박지성은 지난 3월 16일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와의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1대2 패) 이후 7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리그 우승의 분수령인 경기에서 박지성의 장점이 꼭 필요했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점과 여느 수비수 못지 않은 수비력이었다. 맨시티와의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이날 중원에 선 박지성의 역할은 맨시티의 막강 허리라인 봉쇄였다. 로베르토 만시니 맨시티 감독은 사미르 나스리를 비롯해 가레스 배리,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를 중원에 배치했다. 박지성을 이용해 상대 공격의 시발점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전략이었다.

박지성은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펼쳤다. 몸놀림은 가벼웠다. 우려했던 경기 감각은 살아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공격력이었다. 정적이었다.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장면은 몇 차례 연출했다. 그러나 상대 수비진의 압박을 뚫고 날카로운 슈팅을 날릴 폭발력이 부족했다. 맨유는 전반 추가시간 콤파니에게 헤딩 선제골을 허용했다. 퍼거슨 감독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격력 강화를 택했다. 최전방 공격수 대니 웰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13분 박지성은 교체됐다. 맨유는 결국 맨시티의 벽을 넘지 못했다.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퍼거슨의 승부수가 소득없이 막을 내리자 박지성은 영국 언론들에 일제히 혹평을 받았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평점 5을 부여했다.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했다'(off the pace)라고 지적했다.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도 팀 내 최저 평점(5점)을 줬다. 이 신문은 '퍼거슨의 선택은 눈썹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지난 7경기 결장 이후 선발로 나섰지만 교체되기 전까지 효과는 작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패배의 여운은 진하게 남는다. 맨유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초 20번째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맨유는 맨시티에 리그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26승5무5패(승점 83)를 기록, 맨시티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차(맨시티 +61, 맨유 +53)에서 밀려 리그 2위로 내려앉았다. 리그 우승 경쟁도 안갯속이다. 잔여 경기는 단 두 경기. 맨유는 많은 점수차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한 뒤 맨시티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맨유는 오는 7일 스완지시티와의 홈 경기와 13일 선덜랜드와의 원정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맨시티에 리그 우승을 내줄 경우 올시즌 무관에 그치게 된다.

박지성의 입지에 불안함이 감지된다. 박지성의 계약만료 시점은 2013년 6월이다. 2012~2013시즌 40% 이상 경기를 소화하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빠르면 시즌이 종료된 뒤 재계약 얘기가 나올 수 있고, 늦으면 내년시즌 이후가 될 수 있다. 박지성은 박수칠 때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어한다. 마지막은 맨유가 되길 바라고 있다. 몸상태에 따라 현역은퇴 시점이 정해진다. 장기 결장에도 개의치 않던 박지성이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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